아이들 계급화 당연시…‘하이라키’가 보여주는 폐해

남지은 기자 2024. 6. 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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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모의 권력과 재력으로 아이들의 '계급'을 나누는 드라마가 나왔다.

'하이라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위계층에게 말을 거는 하위계층 아이를 "옛날이면 눈도 못 마주칠 천민"에 빗댄다.

'하이라키'를 포함해 오티티 학교 드라마 대부분 신인과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들을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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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7일 공개 ‘하이라키’
의미도 재미도 없이 자극적 설정만
‘하이라키’. 넷플릭스 제공

또 부모의 권력과 재력으로 아이들의 ‘계급’을 나누는 드라마가 나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 7일 공개한 ‘하이라키’(7부작)다. 재벌 그룹이 만든 주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상위 0.01% 집안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 이 학교의 철학 자체가 ‘가난하고 돈 없는 사람한텐 가당치도 않은 곳’이 되는 것이다. 학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가난한 집 아이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했지만, 교복 넥타이 색깔을 달리해 그들을 ‘분류’한다.

오티티 학교 드라마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점점 잔인해져 지난해 ‘청담국제고등학교’(웨이브)에 이어 올해 ‘피라미드 게임’(티빙)까지 “가난은 죄”고 “서열은 당연”하다고 규정짓는 데 이르렀다. ‘하이라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위계층에게 말을 거는 하위계층 아이를 “옛날이면 눈도 못 마주칠 천민”에 빗댄다.

‘하이라키’. 넷플릭스 제공
‘하이라키’. 넷플릭스 제공

그나마 ‘피라미드 게임’ 등이 흙수저들의 반란으로 권선징악을 도모하는 것으로 명분을 내세웠다면, ‘하이라키’는 이런 노골적인 설정을 차용해 말하려는 메시지도 모호하다. 하위계층으로 대표되는 강하(이채민)가 주신그룹 후계자 김리안(김재원)에 맞서지만, 상위계층 아이들을 각성하게 하는 결정적인 인물은 또 다른 상위계층인 정재이(노정의)다. 김리안은 연인인 정재이의 설득에 강하에게 사과한다. 하위계층 강하보다 상위계층 김리안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배현진 피디는 넷플릭스를 통해 “로열 패밀리들이 만든 견고한 세상이 당연하다 여기며 살던 아이들이 그 생각을 깨고 성장하는 부분이 차별점”이라고 했지만, 상류계층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하위계층 아이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내모는 설정은 공감하기 어렵다.

학교 드라마는 왜 갈수록 자극적으로 치닫는 걸까.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국처럼 학교 문제를 적나라하게 파고드는 학교 드라마가 많지 않아서 외국에서는 한국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주목받는다”고 했다. ‘피라미드 게임’도 드라마 속 왕따 게임을 현실의 학교에서 따라하며 문제가 됐지만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시리즈 마니아’ 행사에 초청받는 등 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신인들을 기용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하이라키’를 포함해 오티티 학교 드라마 대부분 신인과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들을 기용했다.

그러나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자극적인 설정만 등장한다면 극 중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이용하고 망가뜨리는 어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학교 사회에서 계급 구조가 견고해지는 현실을 반영했더라도, 제작진이 문제의식을 갖고 극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한다면 자극적 이슈 몰이를 위해 소재를 상업적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시청 과정에서 부모의 재력을 타고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과 절망만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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