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물량 쏟은 대형 오페라 ‘투란도트’
12월 코엑스, ‘대세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첫 내한
막대한 물량과 자본을 쏟아부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로 추진돼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솔오페라단·케이스포앤코(KSPO&CO)·솔앤뮤직문화산업전문회사는 오는 10월12일~19일 1만석 규모의 서울 잠실 KSPO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투란도트’를 선보인다.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도 12월22일~31일 7000석 규모의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어게인 2024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린다.
양쪽은 최고 등급 좌석의 가격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한동안 뜸했던 대형 공연 열기에 불을 지피며 오페라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가뜩이나 열악한 오페라 공연 시장에서 ‘제살깎아먹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칼라프 왕자가 목숨을 걸고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서는 내용이다.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세트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출로 대형 공연이 많은 편이다. 2003년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 연출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선보인 ‘투란도트’는 한동안 국내에 야외 오페라 열풍을 일으켰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2003년 월드컵경기장 ‘투란도트’ 공연을 주도했던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최근 ‘대세 소프라노’로 등극한 리투아니아 태생 성악가 아스믹 그리고리안(43)의 첫 내한이란 점부터 눈길을 끈다. 세계 일급 오페라극장의 섭외 1순위로 떠오른 그리고리안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첫 내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 테너 호세 쿠라(62)가 지휘와 노래를 번갈아 맡는다.
솔오페라단 ‘투란도트’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무대세트를 그대로 가져온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 유적지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1913년 축제를 시작한 이후 이곳의 무대세트를 국내에 들여와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축제의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69)이 지휘자로 나선다. 투란도트 역으로 명성을 떨친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64)와 이번에 베로나 축제에 데뷔하는 소프라노 전여진(37)이 투란도트를 연기한다.
두 프로덕션 모두 별도의 문화산업전문회사를 꾸려 투자 자본을 모았다. 양쪽 모두 이탈리아 수교 140돌과 푸치니 서거 100돌을 기념한 공연이라고 내세운다. 이탈리아 제작·출연진이 가세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일부 성악가와 제작진이 양쪽 프로덕션에 모두 출연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등 신경전도 펼쳐졌다.
물량 경쟁도 치열하다. 솔오페라단 쪽은 “성악가와 합창단, 무용단, 발레단, 합창단, 연기자와 무대 제작진을 합치면 참여 인원이 1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은 “7월20일께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담은 55개 컨테이너가 베로나에서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며 “올림픽체조경기장과 공동 기획으로 2년 동안 준비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너비 46m, 높이 18m에 이르는 총천연색 무대는 영화감독 출신 오페라 연출의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가 만든 세트를 옮겨온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쪽도 무대를 ‘황금의 성’으로 구현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길이 45m와 높이 17m의 무대에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활용할 계획이다. 박현준 예술감독은 “투여 제작비가 현재 168억원인데 최대 20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투란도트 공연에는 60억원이 들어갔다.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에서 이달 새로운 프로덕션의 ‘투란도트’를 선보이는 다비데 리버모어(58)가 연출자로 나선다.
티켓값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최고 등급 좌석의 가격을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박현준 감독은 “100만원에 책정된 티켓은 주로 기업 마케팅용으로 활용하고, 일반 관객용 티켓은 15만원, 20만원, 30만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비싼 오페라 티켓은 2003년 야외 오페라 ‘아이다’ 60만원과 2012년 야외 오페라 ‘라 보엠’ 57만원이었다. 솔오페라 쪽은 티켓 가격을 최저 5만원부터 최고 55만원까지 9종류로 다채롭게 판매한다. 오페라 평론가 손수연 단국대 교수는 “시대적 분위기나 흐름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오페라를 보는 눈도 높아졌다”며 “규모의 대형화도 좋지만, 공연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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