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 "솔직해지자, 친정부방송 보수정권도 다르지 않아"

조현호 기자 2024. 6. 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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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영 비대위원, 야당 방송3법 비판하며 "양비론적 회색분자가 낫다"
박기완 "대통령 사장 임명권 실질 보장" 이상휘 "보수 편향 방송? 근거 대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엄태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공정언론 특위 방송장악3법 저지 연석회의에서 보수정권에서도 친정권방송한 것이 별단 바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국민의힘이 야7당의 방송3법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한 공개회의에서 보수정권 시절에도 공영방송이 친정부방송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박기영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정책위원장), “보수정권에서 방송장악을 했다는 사례를 제시해보라”(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며 엄 의원과 정반대되는 주장도 있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엄태영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실에서 열린 공정언론특위 민주당-민노총 '방송장악3법'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 솔직해져야 한다”며 “현재 공영방송 사장 선임제도는 정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은 오랫동안 친정부방송을 해왔고,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엄 의원은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제도적 개혁을 통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의원은 그러나 야당의 방송3법에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냈다. 그는 언론노조가 2012년과 2017년 파업 때 공정방송 사수를 외쳤지만, 문재인 정부 5년 간 발의했던 법안들이 휴지조각이 됐다면서 “여야가 동의하는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를 뒤로하고 자기들 성향에 맞는 경영진을 통해 편파방송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공영방송은 민주당 극성방송만 열렬히 응원하는 반쪽짜리 방송국이 되었다”면서 야7당의 방송3법 개정안을 두고 “이러한 내로남불 세력이 영구적으로 사장 선임하도록 설계한 것이 방송3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민주당 민노총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 의원은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온 특별다수제를 통해 여야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공영방송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정치권보다는 차라리 양비론적 회색분자가 낫다. 정파성을 배제하고 합리성을 앞세워서 여야 모두 견제할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를 주최한 박대출 공정언론 특위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보수정권에서도 친정부 방송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자', '특별다수제로 하자'는 엄태영 의원 의견에 동의하는지, 공감이 가느냐는 질의에 “상식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공정언론특위 연석회의에서 보수정권이 편향방송을 한 사례와 방송장악했다는 사례를 대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엄태영 의원 의견과 달리 보수 편향방송 사례를 대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 의원은 이날 엄 의원 발언에 앞서 한 모두발언에서 “보수 정권시절 KBS MBC가 보수 편향 방송을 했다는 사례를 하나라도 대보라”, “보수 정권 방송장악 자체가 민주당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만든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통령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기완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이 논쟁의 핵심이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록 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끝까지 파고 들면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의 사장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한다면 이사회 구성에 관한 소모적이고 위선적인 논쟁과 장광설이 꺼져갈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장 임명권을 보장하는 것이 결코 공영방송 장악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면 정권의 방송장악이라는 잘못된 단순 논리에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

▲박기완 언총 정책위원장이 10일 국민의힘 공정언론특위 연석회의에서 방송법 개정 논쟁을 두고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영상갈무리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 공영방송 '텔레비지옹' 사장을 규제기관에서 추천하고 △영국 BBC 사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지만 문화스포츠미디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일본의 경우 총리가 NHK 경영위원을 임명해 경영위원들이 사장을 선출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작동하고 우리처럼 공영방송 수장을 정쟁의 진흙탕에서 건져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 정권이 공영방송 수장을 임명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받는 게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KBS MBC EBS 사장 임명권은 현행법상 대통령 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다. KBS 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방송법 제46조 제3항은 “(KBS)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명백하게 보장하고 있다.

MBC 사장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제4항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고, 제10조는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사장 추천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도록 규정한다. EBS 사장의 경우 한국교육방송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때문에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지금보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도 가능해 보인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방송독립 확대 방향을 후퇴시키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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