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실수’라기엔 너무나 무거운 저출생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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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 관련한 '말실수'가 자주 뭇매를 맞는 요즘이다.
기획재정부 자문위원회인 중장기전략위원회 소속 A 교수는 "젊은이들은 넷플릭스 같은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애 낳아서 재미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나 '조기 입학'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됐던 한마디 말실수로 볼 수 있다.
말실수 뒤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기관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관계 없다'는 해명의 반복으로 소모하기엔, 저출생 문제는 너무나 무겁고 시간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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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 관련한 ‘말실수’가 자주 뭇매를 맞는 요즘이다. 기획재정부 자문위원회인 중장기전략위원회 소속 A 교수는 “젊은이들은 넷플릭스 같은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애 낳아서 재미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B 선임연구위원은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니,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 썼다가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사실 문제의 발언들은 당사자들이 애초에 강조하고자 했던 ‘본류’(本流)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A 교수는 ‘출산 및 자녀의 양육에 수반되는 편익에 비해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의 이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예시를 끌어들였다.
조세연 B 위원은 저출생에 대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하고 자연 발생처럼 단순히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산 의사 결정 단계를 세분류해서 각 단계마다 필요한 정책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설계해 보자고 주장했다. 여러 단계 중 ‘교제 의지가 있는데도 교제에 성공하지 못하는’ 단계를 위한 정책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여성 조기 입학’을 한 줄 언급했던 것이 문제가 된 발언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나 ‘조기 입학’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됐던 한마디 말실수로 볼 수 있다. 큰 논란을 겪은 당사자들은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들에 대해 말실수를 꼬투리 잡아 대중이 과잉 반응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젊은이들이 느낀 실망감의 표현으로 보면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기본법’이 2005년 제정됐단 점을 고려하면 저출생이 국가 아젠다가 된 지 20년이 흘렀다. 대중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서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한다. 아무리 명망 있는 이론 분석과 체계적인 정책 설계 과정을 내걸어도, 현실적 결론 없는 용두사미식 브리핑·보고서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간에 한 줄이라도 황당무계한 말이 들어가 있다면 주장은 전체적으로 신뢰를 잃는다.
특히 말실수는 ‘잠재된 무의식’, ‘무의식적 편견’이라고도 한다. 넷플릭스 보느라 아이를 안 낳고, 또래 남자애의 정신 연령이 낮아 연애를 안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이 편견은 젊은이들을 너무나 철없고 우습게 만든다. 기성세대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부족한 현실 감각은 앞으로 나올 정책도 좋을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을 안긴다.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0.72명. 역대 최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세계 최하위’란 한줄 성적만 봐도,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정부는 올해 저출생 극복을 위해 중요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이달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기재부는 ‘저출생 예산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며 저출생 지원 사업의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이번에 나올 정책에는 설익은 진단이나 제안은 단 한줄이라도 들어가 있지 않길 바란다. 말실수 뒤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기관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관계 없다’는 해명의 반복으로 소모하기엔, 저출생 문제는 너무나 무겁고 시간은 아깝다. 정책을 지켜본 젊은이들은 “저출생은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위기감이 진심인지를 바로 판단할 것이다. 좀 더 무거운 문제의식이 눈에 보이고,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정책이 제안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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