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야수 같았다” 알카라스, 프랑스오픈 첫 정상···2경기 연속 풀세트 혈투, 다리 부상에도 그물망 수비-강력한 스트로크로 경기 지배

이정호 기자 2024. 6. 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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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키드와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알카라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테니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 메인코트 필리프 샤트리에에는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간다(Victory belongs to the most Tenacious)’는 문구가 적혀 있다. 클레이코트 특성상 공이 느려지는 프랑스오픈, 5세트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량 물론이고 지치지 않는 체력과 그 체력을 뛰어넘는 끈기와 정신력, 투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4년 프랑스오픈 ‘왕좌’에 오른 선수는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스페인)였다. 알카라스는 10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와 4시간19분의 혈투 끝에 3-2(6-3 2-6 5-7 6-1 6-2)로 승리했다.

이틀 전 4강에서 얀니크 신네르(2위·이탈리아)를 상대로 4시간이 넘게 코트를 뛰어다니면서 3-2(2-6 6-3 3-6 6-4 6-3) 역전승을 거둔 알카라스의 이날 플레이에서 피로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알카라스는 츠베레프의 공격을 쉽게 흘려보내는 경우가 없었다. 코트 구석구석을 커버하는 알카라스의 끈끈한 수비를 피해 득점하기 위해서 츠베레프는 위닝샷을 서너 차례 쳐야 했다.

세트스코어 1-1에서 알카라스는 게임스코어 5-2로 앞서던 3세트를 내주며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듯했다. 츠베레프의 공세에 범실이 늘었다. 불규칙 바운드가 나오는 코트 표면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4세트 들어 매서운 알카라스의 스트로크 게임이 살아났다. 알카라스는 게임스코어 4-0으로 벌리며 승부를 5세트로 이어갔다.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해 왼 허벅지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발걸음은 지치지 않았다.

알카라스와 코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게티이미지코리아



알카라스는 5세트 츠베레프의 서브 게임을 먼저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츠베레프는 알카라스의 거미줄 수비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두 번의 발리 마무리 실패에 더블폴트까지 범하며 무너졌다. 알카라스에겐 운도 따랐다. 이어진 세 번째 게임 0-40로 몰린 상황에서 더블폴트가 나왔지만 주심의 미스콜 선언으로 다시 첫 서브권을 얻었다. 츠베레프가 주저앉으면서 어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카라스는 그 기회를 다시 뒤집어 승기를 굳혔다.

츠베레프는 경기 뒤 “우리 둘 다 신체적으로 강했다. 그렇지만 알카라스는 마치 야수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플레이는 판타스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4·5세트에서 그의 플레이가 나보다 좋았다”고 상대를 인정했다.

첫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알카라스는 만 21세의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하드코트(2022년 US오픈), 잔디코트(2023년 윔블던),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가 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는 이제 호주오픈만 남았다.

알카라스는 “메이저대회 우승은 특별하지만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더 특별하다. 테니스를 시작한 5, 6살부터 이 자리에서 있는 것이 꿈”이라며 “왼 발목에 오늘 날자와 에펠탑을 타투로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페인 선수들이 클레이코트에서 테니스를 시작해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14차례 우승한 라파엘 나달을 비롯해 세르지 브루게라. 카를로스 모야, 알베르트 코스타,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등 1993년 이후 프랑스오픈 우승자 중 20번을 스페인 선수가 차지했다.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240만 유로(약 35억8000만원)를 받는다. 영국 ‘BBC’ 해설위원인 그렉 루세드스키는 “알카라스가 (나달처럼)롤랑가로스에서 14개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가 건강하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10개 대회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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