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가격 10분의 1 된다”…증시 뒤흔든 ‘액면분할’의 역사

조문희 기자 2024. 6. 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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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엔비디아 1주당 1200달러→120달러
“시총 10조 달러 될 것” vs “단기 급락 유의”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10일(현지 시각) 액면분할 후 첫 거래를 시작한다. 1주당 1200달러 수준인 현 주가가 이날부터 120달러로 쪼개져 거래된다. 기업 가치에는 변함이 없지만, 표면적인 가격은 10분의 1로 저렴해지는 셈이다. 통상 액면분할은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호재로 통한다.

그러나 '액면분할 후 주가 상승'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 조정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기존 투자자는 차익실현을 위해 액면분할 직후 매물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이번 액면분할 이후 전개될 엔비디아의 주가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가 7일(현지 시각) 장 마감 이후 1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했으며, 10일부터 조정된 가격에 거래를 시작한다. ⓒ AFP=연합

파죽지세 엔비디아, 액면분할 호재까지…"주가 25% 더 오른다"

엔비디아는 10일 뉴욕 증시에서 10분의 1로 조정된 가격에 거래된다. 직전 거래일이었던 지난 7일 종가 1208.88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120달러 선에서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한화 16만원 수준이다.

액면분할은 기존 발행 주식을 일정비율로 쪼개 발행 주식의 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자본금이나 기업 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1주당 가격을 낮춰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키울 수 있다. 상장사 입장에선 일반적으로 현 주가가 너무 올라 몸집이 무거워졌을 때,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을 단행한다.

액면분할은 주가에 호재로 간주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2021년 주가가 크게 올랐던 애플‧테슬라‧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결정했는데, 분할 이후 한 달 동안 주가가 10%가량 더 뛴 게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료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액면분할을 한 주식은 1년 평균 25%가량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가 액면분할을 결정한 건 1990년 IPO(기업공개)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다. 2000년, 2001년, 2006년, 2007년, 2021년 각각 액면분할을 시행했다. 특히 직전 액면분할 사례였던 2021년에는 4대 1 분할 이후 한 달 만에 주가가 12% 폭등했다. 이번에도 액면분할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2일부터 현재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30%가량 급등했다.

때문에 액면분할 이후 엔비디아 주가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현재 3조 달러 수준인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액면분할의 영향으로 2030년 10조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도 잇따라 높아지고 있다. BoA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현재가보다 25% 높인 1500달러까지 올렸다.

글로벌 인공지능 훈풍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145% 급등했다. ⓒ 로이터 = 연합

"너무 올랐다"…단기 차익실현 움직임 대비해야

그러나 액면분할이 오히려 주가 변동성을 키운 사례도 빈번하다. 가령 테슬라는 2022년 두 번째 액면분할을 단행했는데, 한 달 동안 주가가 30% 폭락했다. 게임스톱도 같은 해 액면분할 한 이후 첫 거래일에 종가가 6% 넘게 떨어져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실적 부진에 고금리 국면 등 부정적인 대내외 환경 속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AI 훈풍을 타고 급등한 만큼,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2년 10월 저점과 비교할 때 현재까지 850%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만 145%가량 크게 올랐다.

실제 최근 들어 엔비디아의 공매도 비중이 커졌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시세차익을 노린 공매도 세력이 몰린다. 현재 엔비디아의 공매도 잔고는 340억 달러로, 애플 180억 달러, 테슬라 190억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

엔비디아가 '반독점법' 위반 관련 미국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는 점도 변수다.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가 압도적 자금력과 점유율을 앞세워 AI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의 경쟁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반독점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 처분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 분기 정점을 찍고 향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점기업의 성격이 강한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이 낮아진다면 다른 경쟁 기업들의 이익률이 늘어날 수 있어 향후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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