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논란의 당헌당규 관철…‘이재명 일극체제’ 강화, 강성 국회의장 길 열리나
최고위, 당 안팎 비판에도 개정안 의결
의장·원내대표 경선 ‘당원 투표 20%’ 반영도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의결했다.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 강화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이를 관철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조항도 논란 속에 통과됐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를 열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시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당직 사퇴 시한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규정은 대선 1년 전 사퇴하도록 한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내에서 (개정 관련) 특별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고위 결정은 그간 논란이 된 안건을 최소한의 수정만 거쳐 관철한 의미가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연임한 뒤 대선에 출마하려 할 때, 사퇴 시한을 연장해 지방선거까지 지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두고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혜’를 받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대표는 지난 7일 당 대표 사퇴 시한에 대한 개정을 하지 말자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선 일정 변경’ 등 구체적 문구를 뺀 수정안을 도출해 설득하면서 결국 의결이 이뤄지게 됐다. 이 수석대변인은 “현재 당헌·당규 조항은 예외조항이 없기에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에 있는 예외조항을 인용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특별한 사유’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넓어 악용 여지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저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당헌·당규 개정을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며 “무리한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위는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반영키로 했다. 역시 논란이 된 조항이다. 중진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장은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데 당원 투표 반영은 무리한 조치’라는 반발이 나왔지만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은 이날 개정안 발표 과정에서 일부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오전 최고위 직후 “의장 선거는 당헌·당규에 관련 규정이 없다”며 향후 당내 의장선거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 30분 뒤 “당규에도 관련 내용이 있었다”라며 당초 방침대로 개정키로 했다고 번복했다.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 조항의 개정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려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수석대변인은 “검찰 독재 정권하에서 이 대표와 야당 의원들에 대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고위가 의결한 당헌·당규 개정안은 총 10개 항목이다.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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