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상속공제' 공익은 되고, 현역은 안 된다? "효도할 시간 국가가 가져갔는데"

정연 기자 2024. 6. 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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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1살인 고 모 씨. 고 씨 아버지는 지난 2022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께서 남긴 재산은 아버지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 예금 몇 백만 원, 그리고 교직원으로 한평생 근무하고 받은 퇴직금 6천만 원이었습니다. 남은 가족은 아버지의 퇴직금을 털어 약 5천5백만 원의 상속세를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인 지난달, 세무서에서 고 씨네 가족이 세금을 축소 신고했다며 1억 7천만 원을 추가로 내라고 했습니다. 어떤 부분의 계산이 잘못됐을까.

현재 세법에는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각종 제도가 있는데, 고 씨가 이 중에서 '동거주택 상속공제'의 요건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우선 상속 개시 일부터 소급해서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1세대 1주택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때 10년의 기간은 성인이 된 후부터 계산합니다. 그러면 부모(피상속인) 사망 시 상속을 받을 때 상속 공제액(6억 원 한도)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는 겁니다. '상속세 과세가액'은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를 차감한 뒤 사전증여재산과 상속추정재산 가액을 가산한 금액입니다. 고 씨는 10년 이상 한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아서 요건이 되는 줄 알았는데….

[고 모 씨/ 상속세 납부자 : 만 19세 이상이 되고 나서 아버지랑 같이 산 기간 중에 '군 복무한 기간'은 제외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고 씨는 강원도 철원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21개월 군복무 기간을 빼니, 성년이 된 후 아버지와 함께 산 기간은 8년 5개월. 10년에서 1년 7개월이 모자라, 공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아래 공제 요건을 살펴보니 징집은 동거 기간에서 빠집니다.


[고 모 씨/ 상속세 납부자 : 세무사님이 저희도 (공제에) 해당한다고 하셔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넣었던 거거든요. 너무 힘든 군 생활이었거든요. 제가 최전방에 있었고 국가를 어떻게 보면 부양을 하고 왔는데 그것 때문에 아버지를 부양하지 못한 걸로 한다고 하니까 이게 너무 억울했어요. 아버지께 오히려 더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을 국가에서 가져갔는데 그거에 대해서 오히려 세금을 내라고 하니….]

그런데 고 씨가 억울하다고 느낀 건 또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복무 기간이 동거 기간에 포함돼 공제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 모 씨/ 상속세 납부자 : 그러면 공익은 되는 거냐고 (세무서에) 물어봤는데 공익은 또 가능하다고….]

사회복무요원과 현역 입대자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는 오히려 혜택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동거주택 상속공제'의 요건은 10년 이상 '연속' 동거가 원칙인데 징집은 비록 기간은 안 쳐주지만, 징집 전과 후 기간을 합산할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 군복무라서 혜택을 주는 거예요. 원래대로 하면 '연속 10년'이 되어야 공제받을 수 있죠. 중간에 딴 일로 동거를 안 해버리면 그냥 끝나거든요. 근데 군대 간 것은 의무적으로 간 거니까 중간에 군대를 가더라도, 가기 전 기간과 갔다 온 후 기간을 연결해서 봐주겠다 그거예요. 중간에 군대 간 기간은 동거 기간이 아니니까 그 기간은 당연히 빼야 되는 거고. 그런데 공익은 동거를 하고 있잖아요. 출퇴근하니까 동거가 계속 이어지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지와 달리 현역 입대자와 사회복무요원을 차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원해서 현역으로 군대 간 게 아닌데, 그 기간이 하나의 세금 부과 기간이 된다는 것에 대해 사회복무요원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뷰한 변호사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기본권 침해 소지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오현종 /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감) : 복무 이전 기간하고 복무 이후 기간을 합산해 주는 것은 수혜적 조치가 맞지만 당사자 의사가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군 복무를 하는 기간인데 그 기간을 10년 기간에 산입해 주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군 복무를 하는 기간인데 (사회복무요원과 비교해) 군부대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복무하는 분들을 역으로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세법에는 명확히 적시돼 있기에 고 씨는 세무서에서 최종 통보가 오면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세청은 공표된 세법은 모든 국민이 아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몰랐다'는 건 정당 사유가 아니라는 판례가 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금을 축소 신고하게 돼 1억 7천만 원에다가 가산세와 지연 이자도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세 납부가 잘못됐으면 좀 빨리 얘기해주지, 국세청은 왜 1년이나 지나서 알려줘서 지연이자까지 더 많이 내게 하는 걸까요.

[국세청 관계자 : 상속세, 증여세는 법 체계상 정부 결정 세목이고 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 순서대로 처리하다 보면 약 1년 정도 안쪽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어요. 누구든 내가 제일 먼저 확정받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정이라는 건 공평하게 업무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씨 가족은 1억 7천만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할 여력이 없습니다. 취재 당시인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아버지와 함께 20년 넘게 살아온 집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가족은, 최근 결국 집을 팔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고 씨는 울먹이며 스프링 처리된 얇은 책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아버지의 제대 선물입니다. 아들의 군 생활 일지와 사진을 모아 놓은 아버지는 군대 간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많이 자랑스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소중하게 기록한 이 기간이 훗날 남은 가족에게 다른 식으로 다가올 줄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겠지만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한 시간'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계실 겁니다.

정연 기자 c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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