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여파... 경찰 "탈북자 전단 제지 어려워"
법 공백 탓 조치 불가... "입법 해결을"

경찰이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고 남쪽에서 전단을 띄우는 악순환히 반복되고 있지만, 대북전단 금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받은 이후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북전단을 규율할 별도의 법이 없는 한, 이런 악순환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가 금지됐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현재는 허용되고 있다"며 "현행법 체계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제지하려면 북한의 구체적인 위협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겨냥해 사격을 하는 등의 명시적 위협 상황이 아니면, 경찰력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관의 직무 권한과 한계를 규정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해 경고, 억류, 피난, 통행제한 등을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대북전단 발송 지점에 대한 사격·포격 등을 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다면, 경찰이 민간단체의 전단 보내기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찰은 과거 판례를 근거로 지금 단계에서 심각하고 명시적 위협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물풍선이 경찰직무집행법상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에 해당하는지 명확치 않다"며 "지금처럼 오물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8, 29일과 이달 1, 2일 두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1,000여 개를 남쪽으로 띄워보냈다. 지난달 13일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대북전단 30만 장 등을 담은 대형풍선 20개를 북한으로 날려보낸지 2주 만이었다.
당시 북한은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면서 "우리의 행동은 철저히 대응조치"라며 오물풍선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임을 강조했다. 오물풍선에 분노한 국내 민간단체들이 6, 7일 대북전단을 다시 보내자 북한도 8, 9일 이틀에 걸쳐 오물풍선 330여 개를 재차 띄웠다.

일단 경찰은 현재 대북전단과 관련한 법적 공백 문제는 국회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에 대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오물풍선 살포가 지속돼 국민 피해가 초래될 경우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청장은 "일련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지금은 생명·신체적 위협이 아니라고 보여지나 한단계 더 나아가 충분히 그렇다고 보여지면 그 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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