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빅3 시대’의 선두주자는 바로 나” 스페인 신성 알카라스, 생애 첫 롤랑가로스 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남자테니스는 바야흐로 ‘빅3’의 시대가 열렸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가 2003 윔블던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며 빅3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흙신’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이 2005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그 대열에 합류했다. 빅3의 막내로 2005년 데뷔한 ‘무결점의 사나이’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가 2008 US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빅3을 완성했다. 세 선수가 2000년대 중반부터 합작한 메이저대회 우승은 무려 66회(페더러 20회, 나달 22회, 조코비치 24회)에 달한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2024 프랑스오픈은 포스트 빅3 시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대회로 주목받았다. 이 대회에서만 14차례 우승한 나달이 1회전 탈락한 가운데, 대회 2연패에 도전한 조코비치도 부상으로 8강에서 기권했다. 빅3이 부재한 상황에서 ‘스페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세계랭킹 3위)가 생애 첫 롤랑가로스를 품으며 포스트 빅3 시대의 선두 주자임을 공고히 했다.
알카라스는 10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2024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27·독일·세계랭킹 4위)를 상대로 4시간 19분 간의 대혈투를 벌인 끝에 3-2(6-3 2-6 5-7 6-1 6-1)로 이겼다.
2003년생으로 만 21세인 알카라스는 역대 최연소로 하드코트(US오픈), 잔디코트(윔블던),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가 됐다. 이제 호주오픈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현역 선수 중 조코비치와 나달을 제외하면 알카라스의 메이저 대회 우승 3회가 최다다. 2022년 만 19세 4개월의 나이로 US오픈을 우승하며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포스트 빅3 시대’ 최강자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굳히게 됐다.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알카라스는 나달과 조코비치를 넘어설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자이며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다. 이에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와 나달의 기록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둘 다 평범하지 않은 기록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외계인’이 돼야 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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