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뉴욕 랜드마크 '휑'…금융사 4000억 물린 빌딩 "세입자 찾아요"

김희정, 이하은 2024. 6. 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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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어떻기에]①
덤보하이츠·랜드마크 플랫아이언도 '텅텅'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 20% 역대 최고
미 내부서 "투자자들 오피스 시장 떠날 것"

[뉴욕=김희정 이하은 기자]지난달 미국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부동산 가운데 투자잔액이 가장 큰 덤보하이츠 빌딩(Dumbo Heights, 117 Adams·77 Sands·55 Prospect·81 Prospect, Brooklyn, NY 11201)을 찾았다.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교와 맨해튼교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 빌딩은 기한이익상실(EOD·잠재적 부실 위험)이 발생한 글로벌 부동산 투자처 28곳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들이 물린 돈(투자잔액)이 394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많은 돈이 태워진 캐나다 토론토 더원 빌딩(The One·6223억원) 다음이다. ▷관련기사 : 금융권, 캐나다 '더 원'·뉴욕 오피스 등 28곳에 2.4조원 물렸다(2월22일)

지난 5월16일(현지시간) 기간이익상실(EOD)이 발생한 미국 뉴욕 덤보하이츠 오피스 빌딩 4개동 중 1곳이 텅 비어 있다./사진=김희정 기자@khj

브루클린의 덤보하이츠도 관광명소 플랫아이언도 '텅텅'

2018년 신한자산운용이 국내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 자금을 모아 투자한 덤보하이츠는 12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 4개 동으로 이뤄졌다. 뉴욕 맨해튼이 글로벌 상업·금융의 중심지라면, 덤보하이츠가 위치한 브루클린은 문화산업 중심지로 꼽힌다. 멜팅팟(인종 용광로)으로 대변되는 맨해튼이 빽빽한 마천루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는 곳이라면 브루클린은 유행에 발빠른 힙스터(Hipster)들의 구역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동네라는 얘기다. 

신한자산운용이 투자를 결정한 당시엔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와 핸드메이드 쇼핑몰인 엣시(Etsy), 교육 서비스 기업 투유(2U) 등이 앞다퉈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빌딩에 출입하는 사람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대로가 아닌 골목 쪽에 위치한 빌딩들은 출입문이 닫혀있는 데다 검은 가림막이 쳐졌다. 텅 빈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콘크리트 기둥만 남아 있었다. 입구층 한쪽 통창엔 사무실 임대(OFFICE SPACE FOR LEASE)라는 문구와 미국 부동산서비스 기업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 지난 5월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인 플랫아이언 빌딩의 공사가 한창이다./사진=김희정 기자@khj ​

공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뉴욕 랜드마크 중 하나인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175 5th Ave, New York, NY 10010)도 마찬가지다. 맨해튼 최고 번화가인 5번가와 22·23번가, 브로드웨이까지 4개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있는 이 빌딩은 다리미(Flatiron)를 닮은 독특한 생김새로 오래전부터 관광객들이 꼭 들려야 하는 명소로 꼽혔다. 

원래 플랫아이언은 22층 전체가 신문사, 잡지사, 식당 등으로 가득 찼었다. 과거 120년 간 맨해튼 대표 상업용 빌딩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마지막 임차인이 떠난 뒤 4년 가까이 새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건물 출입문들이 모두 닫히고 불빛 한 점 없었던 이유다. 그나마 부자 동네에 자리한 플랫아이언은 덤보하이츠보다 운이 좋은 편이다. 4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고급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회생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 '역대 최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국내 금융권이 삐걱대고 있다. 특히 고금리를 촉발한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금융권의 투자가 몰린 북미, 그중에서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2~3년 만기 대출로 연명하기 때문에 현재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가 보편화하면서 팬데믹이 해제된 지금에도 사무실 공실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을 19.8%로 추정했다. 역대 최고치다. 현재 임차인이 재임차를 시도하는 '서브리스' 비율도 전체 4.4%에 달한다. 이는 공실률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오피스 시장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디스는 "재택근무가 경제 사이클을 뛰어넘어 오피스 공실률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공실률이 언제 최고조에 달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권 투자가 집중된 뉴욕 오피스 시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중심상업지구인 맨해튼의 경우 오피스 공실률이 4월 말 기준 16%에 달한다. 팬데믹 이전의 8%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마저도 임대인들이 '임대료 무료'를 내걸면서 유지한 수치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1분기 오피스 임차인은 평균 16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한인 부동산 중개인 등으로 구성된 재미부동산협회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 수요가 없는 주택시장과 달리 오피스 시장은 가격이 내려도 수요가 없다"며 "결국 정부도 오피스를 주거 시설로 전환하는 방법을 내놨는데,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탓에 호응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오피스 시장을 떠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BRE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고, 공실률이 오르고 각종 보험료까지 인상되며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장 데이터가 전무해 기관 투자자들로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이하은 (hae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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