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이어 유럽도 우주경쟁 가속화…다음달 신형 로켓 ‘아리안 6호’ 발사
유럽이 새로 개발한 대형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가 다음달 9일 첫 발사된다. 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우주 기술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유럽도 경쟁에 가세하면서 향후 지구 밖 공간의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은 유럽우주국(ESA)이 다음달 9일 자신들이 개발한 신형 발사체 아리안 6호를 처음 발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사 장소는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다.
아리안 6호는 높이가 63m에 이르는 대형 발사체다. 총 2단으로 이뤄져 있고, 총 중량 21t에 이르는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인공위성 운송에 특화돼 있으며, 연료는 액체 수소다.
아리안 6호 발사 발표는 최근 우주 개척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지난 4일 중국의 달 착륙선 ‘창어 6호’는 암석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 귀환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5일 보잉의 우주선 ‘스타라이너’의 첫 유인 비행이 실시됐고, 6일에는 스페이스X가 만든 인류 최대·최강 로켓 ‘스타십’이 4번째 발사 끝에 지구 귀환에 성공했다.
ESA가 아리안 6호를 개발한 중요한 이유는 지금 쓰고 있는 아리안 5호의 노후화 때문이다. 아리안 5호는 첫 발사 시점이 28년 전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발사 비용이다. ESA는 아리안 6호에 신기술을 적용해 발사 비용을 아리안 5호(㎏당 8900달러, 약 1200만원)의 절반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ESA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아리안 6호는 유럽이 자율적으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리안 6호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스페이스X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지구 저궤도를 겨냥한 화물 운송 능력(22.8t)에서 아리안 6호와 비슷하지만 발사 비용은 ㎏당 2700달러(약 370만원)에 불과하다. 아리안 6호 예상 비용의 약 60%다.
이는 스페이스X만 가진 재사용 발사체 기술 때문이다. 지구상의 다른 발사체는 모두 한 번 쓰면 바다에 버려지지만 스페이스X에는 발사체를 회수해 여러 번 사용하는 기술이 있다. 자연히 발사 비용이 낮아진다.
ESA는 2030년대에 재사용 발사체 ‘아리안 넥스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스페이스X의 가격 공세를 방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아리안 6호가 어디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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