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감독이 있다

김우종 기자 2024. 6.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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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염경엽(오른쪽) LG 트윈스 감독.
"순위표를 보면 항상 쫓기더라. 그래서 저는 순위표를 아예 보지 않는다."

LG 트윈스가 1위로 등극한 가운데,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순위표를 아예 보지 않는다고 했다.

LG는 최근 16경기에서 13승 3패로 쾌조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록 전날(9일) 대체 선발이 나선 경기에서 KT 위즈에 2-11로 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LG의 성적은 38승 26패 2무로 1위다. 승률은 0.594. 시즌 초반부터 줄곧 1위를 달리던 KIA가 2위로 내려갔다. KIA는 37승 26패 1무로 승률 0.587을 마크하며 LG를 0.5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3위는 두산(37승 28패 2무)으로 LG와 승차는 1.5경기다.

LG는 올 시즌 초반부터 '버티기 모드'를 늘 강조해 왔다. 고우석과 이정용, 함덕주 등 주요 불펜 자원이 메이저리그 진출과 입대, 수술 등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불펜에 사실상 구멍이 생긴 상황이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외국인 원투 펀치인 디트릭 엔스와 케이시 켈리마저 부진하며 상위권 싸움에서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LG는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발휘하며 최근 파죽의 상승세를 탔고, 마침내 1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7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선두가 보이는데 여전히 버티기 모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LG는 KIA에 0.5경기 차 뒤진 2위였으나, 그날 경기에 승리하면서 1위로 점프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지만, 순위보다는 우리가 현재 가진 전력에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1승씩 쌓아가야 한다. 타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2할 7푼에서 8푼 정도 치는 타자가 있고 3할 타자가 있다. 2할 7푼~8푼 타자는 만날 타율만 보고 있더라. 반면 3할을 치는 타자들은 자신의 타율을 보지 않은 채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며, 현재 감이 어떻고, 흐름이 어떤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더라. 그러니까 3할을 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하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염 감독은 "감독도 똑같더라. 승률만 보고 있으면, 몇 경기 차가 나고 있는지, 아니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저쪽 팀이 이겼는지, 졌는지만 보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항상 쫓기길래, 그래서 저는 아예 순위표를 보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실제로 염 감독은 매달 5할 승률을 기준으로 '플러스(+) 승수'를 계산한 뒤 시즌 전체에 대한 계획을 갖고 들어간다. 지난해에도 그렇게 계획을 세워가면서 결국 LG 트윈스를 29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염 감독은 "감독은 플러스 승수를 몇 개 더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오늘 경기를 잡고, 그다음에 주간 목표 승수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 주간 승수를 달성하다 보면 한 달 승수가 나온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을 생각한다. 매월 마지막 날에 선수단과 미팅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해 소통한다. 저는 선수들한테도 순위표를 보지 말라고 한다. 너희(선수들)가 할 것만 해주면 우리는 결국 우리 것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그럼 LG는 언제 순위를 보는 걸까. 염 감독은 "순위는 이제 시즌 막바지에 최종 순위 결정을 얼마 앞두고 있을 때, 그때 보는 거다. 몇 경기 차가 나고, 또 언제 몇 승을 하면 그 순위를 달성할 수 있고, 그렇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 때 순위표를 보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저는 그렇게 했다. 이전에 하면서(순위표를 보면) 느꼈던 게, 결국 그게 나를 힘들게 하고, 내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더라. 그런 것들을 다 버리고, 그렇게 제가 2년간 쉬면서 루틴을 바꾼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나를 컨트롤하고, 팀도 컨트롤할 수 있는지"라며 자신이 경험한 바를 이야기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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