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전문가 "9·19 北이 먼저 파기, 대북확성기 우리가 늦어…韓美 대응 강화를"

한기호 2024. 6.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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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대북확성기 휴전선 이북 30km까지 도달 가능"
"전방 10년복무 北군인들 많이 흔들릴 것…확성기 공격 대응에 주저 없어야"
"韓美 조율돼 있을 것, 北 오판 도발 막아야…오물풍선에 생화학무기? 비현실적"
군사안보분야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6월9일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 지역에서 실제 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2018년 이후 실제 훈련은 처음이며 확성기 이동 및 설치, 운용 절차 숙달 등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과거 기동형 확성기 차량 및 장비의 운용을 점검하는 훈련 모습.<합참 제공·연합뉴스 사진>

북한 정권의 계속된 대남 오물풍선 살포로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대북확성기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되려 우리의 조치가 이미 좀 늦었다"는 안보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북한발(發) 풍선에 생화학무기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정치권 주장엔 "보내는 사람들 측면에서도 안전 관리가 안 돼"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국방대학교 군사전략 박사인 양욱(49)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KBS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미 확성기는 준비돼 있던 상황이고 결국 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함에 따라 곧바로 방송이 시작됐다고 설명드릴 수 있다"며 "통상 방송내용엔 북한 체제의 흐름, 김정은 일가의 문제점과 그것 외의 다양한 우리 K-POP(음악)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대북확성기의 효과에 관해선 "약간 지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활된 지형이라면 최대 휴전선 북쪽 30km까지도 도달하고, 최소 10km 정도까진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개성 지역까진 쉽지 않지만, 해당(도달) 지역엔 일단 근무하는 군인들이 대부분이고, 많은 내용이 전달될 것이다. 굳이 주민 전부에게 전달되지 않더라도 전방에서 10년 가까이 의무복무하는 북한 군인들에겐 대북방송이 상당히 정신적으로 많은 흔들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한 북한군인도 있는지'에 대해선 "우리 방송에 나오는 여러 탈북자 분들을 보면 실제로 이런 확성기 방송을 듣고 넘어오신 분이 꽤 있다"면서도 "아시다시피 확성기 방송이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거의 폐지되지 않았나. 6년간 중단돼서 방송 듣고 넘어온 분이 최근엔 없겠지만, 앞으로도 생겨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군이 2015년 8월초 목함지뢰 도발 대응으로 대북확성기가 설치되자 같은달 20일 포격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양욱 연구위원은 "처음엔 (북한군이) 고사총 한 발을 쏘다가 이후 직사화기, 직사포로 3발을 발사했는데 여기에 대해 우리 군이 29발의 포탄을 퍼부으면서 대응한 사례가 있다. 당시 상황은 굉장히 긴박했는데, 북한은 (2015년) 8월21일까지 48시간 최후통첩 시간을 두고 이때까지 철수하지 않으면 거의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협박을 했지만, '한미 양국의 굉장히 단단한 억제 태세'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확성기 저지 도발이 재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 입장에선 지난(문재인) 정부에서 대북확성기 부분을 아예 판문점선언 안에다가 집어넣어 못하게 해 '이 싸움에서 승리했다' 생각했을 것인데, 지금 새(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 (확성기 방송을) 하게 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불안감이 있었을 텐데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도발을 하거나 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못 하게 하려는 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이런 매뉴얼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 군에 정착이 돼 있다"고 대응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제 걱정은, 아무래도 지난 정부에서의 화해 분위기로 인해 군 자체가 살짝 혹시라도 만에 하나 (대응을) 주저함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없도록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제언했다. 군사긴장 고조 우려에 관해선 "결국 전쟁 결정은 상당부분 '내가 상대방과 싸움에서 제압할 수 있다'는 오판에서 비롯된다"며 "북한이 그런 오판을 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한미연합태세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동맹간 공조를 강조했다.

양 위원은 "아마도 지금 여러 가지 움직임에 있어, 특히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해 분명히 한미 양국의 조율이 돼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더 많은 부분에서 협력해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군사정찰·훈련을 북한이 문제삼을 수 있다는 관측엔 "이미 북한은 지난해 10~11월 우리보다 먼저 9·19 군사합의 무효를 선언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무기체계와 GP(감시초소) 가동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면서 "되려 우리의 조치가 이미 좀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오물풍선에 생화학 무기를 넣어 보낼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는 물음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효용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생화학무기가 다양하고 북한 스스로도 이걸 보존하기가 쉽지 않은데 '(캐니스터가 아닌) 비닐봉지 안에 집어넣어서 보낸다'면, 보내는 사람들 측면에서도 안전관리가 안 되고 오는 과정에서 유실·변질될수도 있다"며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한다는 건 맞지만 북한이 주된 공격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접근"이라고 사실상 반박했다.

생·화학무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라도 비닐풍선에 매달아 살포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 못하단 취지다. 다만 양 위원은 대남풍선 내용물에 관해 "그 안에 의도적이건 아니건간에 뭔가 나쁜 것이 들어가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절대로 이걸 (민간에서) 직접 맨손으로 축소하시거나 하지 말고 군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했다.

한편 그는 "북한은 오물풍선을 통해 우리 탈북단체 대북전단에 굉장히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오물풍선 공격을 계속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다시 한번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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