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명품가방 받고 불법과외…음대 교수들 '입시 비리' 들통

최지은 기자 2024. 6.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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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반부패범죄수사대, 음대 입시비리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입시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음대 입시생들에게 과외 교습을 하고 서울대·숙명여대·경희대 등 4개 대학 내·외부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입시 비리를 저지른 현직 대학교수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과외 교습을 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합격시켰다./사진=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


입시 비리를 저지른 현직 대학교수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입시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음대 입시생들에게 과외 교습을 하고 서울대·숙명여대·경희대 등 4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학원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현직 교수 A씨와 입시브로커 B씨, 수험생 학부모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A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용돈벌이 위해 '마스터클래스' 과외 나선 현직 음대 교수들
'음대 입시 비리' 관련 수험생과 교수 간 대화. / 사진=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현직 대학교수 13명은 입시 브로커 B씨를 통해 이른바 '마스터클래스'라는 명칭으로 음대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에 걸쳐 불법으로 성악 과외 교습을 하고 학부모 등으로부터 약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마스터클래스란 음악계에서 명인, 대가, 거장이 직접 하는 수업을 뜻하는 용어다.

B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며 총 679회에 걸쳐 성악 과외 교습을 알선하고 수험생들의 대입 합격을 청탁한 혐의다.

A씨를 포함한 교수 5명은 내·외부 음대 입시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과외 교습한 수험생들의 평가에 참여해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있다. 특히 A씨는 수험생 2명에게 C대학 입시 당일까지 집중 과외 교습을 하고 수험생 학부모로부터 사례 명목으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을 받았다.

C대학 소속 교수 D씨는 A씨에게 과외 교습을 받은 수험생 2명을 대상으로 비공식 제자 선발 오디션을 진행하고 B씨로부터 금품을 챙겼다. 수험생들에게도 직접 현금을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해당 과외 교습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용돈벌이를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30분~1시간 정도 과외 교습을 한 뒤 교습비 명목으로 과외 학생 1인당 20만~50만원을 현금으로 걷었다. B씨는 과외교습 일시와 장소를 조율하고 수험생을 선정한 뒤 과외 교습 전 발성비 명목으로 1인당 7만~12만원을 받았다.

수험생들은 과외 교습 1회당 발성비와 교수 레슨비, 반주비, 연습실 대관료까지 부담했다. 1회 70만원 상당의 고액 과외교습비로 인해 부유층 자제들이나 과외 교습을 받을 수 있었다.
서약서 쓰고 불법 과외 교습…경찰, 전국 33개 성악과 심사위원 위촉 여부 전수조사
교수들은 과외 교습 사실을 숨긴 채 다수의 대학교로부터 내·외부 심사위원직을 수락했다. 심사 전에는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 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심사에 참여했다. 연습곡 명이나 발성,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과외 교습을 진행한 수험생을 구별해 고점을 부여하고 합격시켰다. 교수들이 작성한 서약서./사진=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

B씨는 수험생에게 대학 교수의 과외 교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당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부 수험생이 교습 내용을 녹음한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과외 교습에서 배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B씨는 입시 일정이 가까이 다가오면 교수들의 과외 교습 횟수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교명을 알리거나 수험생들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리며 입학을 청탁했다.

교수들은 과외 교습 사실을 숨긴 채 다수의 대학교로부터 내·외부 심사위원직을 수락했다. 심사 전에는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 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심사에 참여했다. 연습곡 명이나 발성,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과외 교습을 진행한 수험생을 구별해 고점을 부여하고 합격시켰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대학생활이나 성악 활동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금품을 준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6월 '대학 교수들이 성악 과외 교습을 한 후 대입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교습을 해 준 응시자들을 직접 평가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의 교수실, B씨의 자택과 음악 연습실, 입시비리 피해 대학 입학처 등 16곳을 3회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56명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성악과를 둔 전국 33개 대학의 심사위원 위촉 여부를 전수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력에 따른 공정한 입시가 이뤄질 것을 믿으며 대학 입시를 준비한 수많은 수험생에게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입시 비리에 엄정대응해 기회균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건전한 교육 질서를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원의 과외 교습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입시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입시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합격 이후라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며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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