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크롱, '르펜 돌풍 저지' 조기총선 도박 통할까

김계환 2024. 6. 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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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와 佛총선 제도 달라…르펜 극우정당 상승세 봉쇄 정면돌파
27년만의 의회해산…총선에서 RN 다수당 되면 마크롱 치명타
의회 해산 발표하는 마크롱 대통령 (파리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에 참패할 것으로 알려지자 TV 연설을 통해 전격 의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2024.06.09.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 정치 생명 최대 위기에 맞은 에메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이라는 극약처방식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프랑스에서 의회해산이 이뤄진 것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만의 일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1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이단아 프랑스 대통령의 도박"으로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꺼낸 의회 해산·조기 총선 카드는 극우 돌풍을 등에 업고 선거 예측 결과 32%의 득표율로 자신이 속한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15.2%)을 크게 앞지른 국민연합(RN)의 파죽지세를 저지하기 위한 정면돌파 차원으로 보인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RN을 이끌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마크롱의 도박이 충격요법을 통해 르펜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면서 '유럽의회 선거는 르펜에게 압승을 안겨다줬지만 프랑스 종선의 경우 이러한 완승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셈법이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르펜의 급부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와 프랑스 총선은 서로 선거 제도가 다른데다가 동원할 수 있는 유권자 층도 차이가 있는 만큼 프랑스 총선에서 르펜의 RN이 다수당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총선의 경우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1차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극우 후보가 원내에 진입하기는 더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RN이 예상보다 총선에서 더 약진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 마크롱 대통령이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짚었다.

블룸버그도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조기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위를 위협받지는 않겠지만 마린 르펜의 상승세를 저지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궁색한 형편에 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치적 성향이 다른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 훼손을 피할 수 없다.

르펜은 이번 조기총선에서 승리하면 사상 최초로 권력 장악의 발판을 다질 수 있으며 차기 총리 임명 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총선을 발표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면서 민족주의자와 선동가들의 부상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측근들은 지난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만난 일부 인사들로부터 정치권이 너무 공격적으로 됐다는 말을 들은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바꾸고 더 강력하고 온건한 다수당 건설을 위해 조기총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측근들의 생각에 정통한 소식통들도 아직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전체의 40%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르펜이 입법부를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마크롱 대통령 측의 판단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주류 정당 출신의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유럽연합(EU) 관련 컨설턴트인 이브 베르통치니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택한 조기총선에 대해 보통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을 때 나오는 결정이라면서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대담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페데리카 제노베제 옥스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유럽에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에서 의회해산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의회를 해산한 대통령은 1997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다.

당시 시라크 대통령은 유로화 가입을 위해 필요한 변화에 대한 지지 확보를 위 해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지만, 과반 의석을 잃고 정적인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에 앞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샤를 드골 대통령이 각각 두 차례 의회 해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6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프랑스 총선은 오는 30일 1차 투표가 열리며 내달 7일에 2차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며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게 된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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