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정희 “무늬만 평화주의자 5층, 내겐 비호감 인간상”(더에이트쇼)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6. 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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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당연..불쾌감 감수해야 메시지 도달한단 감독 소신 신뢰”
“포텐 터진 천우희, 8층 아우라 보자마자 와우!”
“박정민과 듀엣 장기자랑 편집...웃다가 끝나”
‘더 에이트 쇼’로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배우 문정희. 사진 I 에이스팩토리
배우 문정희(48)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선함을 추구하지만 어딘가 의뭉스러운, ‘평화주의자’ 5층으로 분해 노련한 내공을 뽐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정희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뛸듯이 기뻤지만, 막상 들어가니 그동안 맡았던 그 어떤 역할보다도 힘들었다”고 차분하게 운을 뗐다.

“보여지는 것에 비해 큰 미션을, 의미를 부여받았다”는 그는 “어떤 무리에서 꼭 있을 법한 ‘현실감’을 표현해야 했다. 8명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눈에 띌 구간이 없는데, 그 안에서도 튀지 않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여야 했다. 선하고 순한, 사랑스러운 면도 있는 ‘평화주의자’,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결코 나서지 않는 보편적인 이중성을 지닌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이 캐릭터가 사랑스럽지 않았단다. 무늬만 평화주이자인, 비겁한 면모에 어쩌면 비호감에 더 가까웠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우리 안에는 그런 나약하고 이중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기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점점 더 깊이 몰입해 갔다고 했다.

“겉으론 착하지만 항상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5층’이에요. 비겁하죠. 정말 제 취향이 아닌데...6개월 이상 이 감정을 유지해가며 촬영하는 게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이 캐릭터에 애정을 듬뿍 담으셔서 부담감도 있었고요.(웃음) 그런데 참 돈독했던 팀워크, 열정적인 현장 덕분인지 거짓말처럼 어느새 몰입이 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왜 이렇게 오지랖을 떨던지...(웃음) 힘들었던만큼 애착이 컸고, 다른 캐릭터에 비해 보여줄 게 많진 않았지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더 에이트 쇼’에서 ‘5층’을 연기한 문정희 . 사진 i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 작품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뉜 가운데에도 7위로 첫 출발해 2주차엔 TV 비영어권 글로벌 정상을 차지했다. 총 68개 국가에서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그가 연기한 5층은 모두가 갈등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며 참가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중재한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쇼를 이어가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인물. 점점 가혹해지는 쇼에서 혼란을 겪고 , 쇼가 지속될수록 혼돈에 빠지며 극적인 전개를 불러오고, 쇼의 존폐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

그는 작품 공개 후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뉜 것에 “당연히 (우리 모두가) 예상했다”며 “좋은 현상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

문정희는 “우리 작품이 편안하고 즐거운 드라마는 아니다. 이 불편함 속에서 ‘하하하’ 하고 웃을 수 있는 블랙 코미디가 강점이다 보니 호불호가 나뉘는 건 자연스럽다고 본다”면서 “어떤 점을 좋아하실지 반대로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불쾌할지도 충분히 이해한다. 배우들도 갈수록 잔혹해지는 신들에선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래서 웬만하면 첫 컷에 끝내려고 굉장히 집중했던 게 기억난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완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메시지에, 감독님의 소신에 공감했고 신뢰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이런 장르가 잘 된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서 완성도 높게 매혹적으로 이 부분을 채운 것에 의미가 깊었다. 웃음과 불편함이 오가는 다채로운 감정 속에서도 8부까지 쭉 끌고 가는 힘도 좋았다. 개인적으론 극 호”라며 웃었다.

이어 “폭압적인 게임이라고 칭하는 게 불편할 수 있고, 방망이 돌리고 얼굴을 감는다는지 등 모든 가혹 행위에는 다 의미가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배우들도 묻곤 했다. 감독님은 ‘이것보다 현실은 더하다, 한 번은 가야 한다’고 했다, ‘불편해도 가야 의미가 전달될 거 같다’고 하셨다. 그런 의미로는 충분히 공감되더라”라고 재차 설명했다.

‘더 에이트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문정희. 사진 I 에이스팩토리
또한 5층은 분당 8만 원, 일급 1억 1520만 원을 받는 인물로 8명의 등장인물 중 상위권에 속한다. 실제로는 몇 층에 있을 것 같은지 묻자 문정희는 “뽑기였어서 복불복이니까 모르는 건데 내가 뽑았어도 중간을 뽑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성향은 5층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2층과 3층의 중간이지 아닐까 싶다”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감독님이 자꾸 ‘딱 5층이야~’라며 싱크로율을 칭찬할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욕인지 칭찬인지 햇갈렸다”고 농담해 웃음을 안겼다.

그렇다면 이 쇼에 참가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그는 “일주일”이라고 답했다. “저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 ‘8층에서 일주일 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했어요.(웃음) 배우들과 밥 먹으면서도 얘기를 했는데 목표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저는 8층에서 요가, 목욕을 하면서 일주일 있고 싶어요. 다른 배우들도 오래 있고 싶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배우 문정희. 사진 I 에이스팩토리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오랜 친분의 천우희에 대해선 진심어린 찬사를, 류준열 박정민과는 웃픈 현장 비화도 들려줬다. 이 작품을 통해 가장 좋았던 건 바로 이런 끈끈하고도 행복했던 팀워크였단다.

먼저 ‘8층’ 역의 천우희에 대해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설렜고, 대본 리딩에서 처음 보자마자 속으로 ‘와우!’를 외쳤다. 정말 잘해냈다”며 “오랜 친분을 떠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8층 배우로 나타났을 때 기뻤고 기대됐고 믿음이 컸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 ‘카트’(2014)로 처음 호흡을 맺은 뒤 사적 친분을 이어온 두 사람. “작품에서 오랜만에 만나니까 애틋함이 더 컸다”는 문정희는 “천우희 배우가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포텐을 멋지게 터트린 뒤라 잘해낼 줄 알았다. 본인 색깔을 확실히 내는 배우라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거듭 극찬했다.

‘3층’을 맡은 류준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류준열이 안 보였던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사적으로도 친근하고 인간미가 넘쳐 좋았다”며 웃었다.

또한 류준열의 의외의 댄스 실력을 극찬했다. 문정희는 “김설진 안무가가 도와주셨다. 우리들끼리 ‘못 추는 춤을 어떻게 춰야 할까?’ 고민할 때 내가 아프리카 댄스를 보여줬더니 ‘그걸 류준열이 따라하는 걸 해보자’ 했다. 근데 류준열이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 그래서 ‘너가 생각하는 가장 심오한 움직임을 해보라’고 했다. 그것도 너무 잘 춰서 감독님이 끊임없이 계속 ‘다시’라고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음악을 틀어놨었는데 (류준열이) 너무 잘 춰버려서 잘 춘 동작들을 꽤 많이 덜어낸 거다. 류준열은 실제로 춤을 잘 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화제를 모은 장기자랑 장면에 얽힌 비화도 전했다. 극 중 노래를 한 그는 “많이 못 보여준 게 아쉽다”면서 “춤을 추기엔 5층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노래에 자신이 없는데 감독님이 ‘5층은 단아하고 참해서 노래하자’고 했다. 사실은 박정민과 듀엣이었는데 여러 사연이 있어 그 장면을 쓸 수가 없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정민 씨와 어떤 무대에서든 꼭 하고 싶어요.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둘이 눈만 마주치면 너무 웃겨서 웃기만 하다가 끝났거든요. 분명 듀엣이고 화음인데 그 친구가 자꾸 저를 따라오더라고요. (웃음) 끝까지 노래를 완성하지 못하고 웃다가 끝난 비운의 듀엣이었지만, 언젠가 꼭....(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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