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성관계 거절’ 여성 살해한 한국 남성, 전직 프로게이머였다

e스포츠 롤 분야 '유망주' 꼽혔지만 은퇴
"사건 직후 나체로 호텔 활보"...이유 조사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연인 관계 한국 여성을 베트남에서 살해한 20대 한국 남성은 한때 ‘유망주’로 꼽혔던 전직 프로게이머로 알려졌다.

베트남 매체 아이테타오 등 현지 매체는 지난달 30일 하노이 시내 호텔에서 30대 한국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공안에 체포된 A(24)씨가 잘 알려진 한국 프로게이머라고 10일 보도했다. 현지 e스포츠전문지들도 A씨의 사건 연루 소식을 전하며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공안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연인이던 B씨와 호텔에 투숙했다. 공안 조사 결과 사건 당일 A씨는 B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말다툼 끝에 목을 조르고 침대에 놓인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로 호텔 꼭대기층으로 올라갔지만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나체로 호텔을 활보하고 호텔 관계자 질문에도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A씨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약물을 복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현재 베트남 공안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 송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 땅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원칙적으로 현지 형법으로 처벌받게 된다”며 “베트남과 한국 경찰 당국이 협의해 범죄인 인도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는 한국으로 송환해 수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유망주로 꼽혔던 인물이다. 아마추어였던 2016년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며 국내외 e스포츠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데뷔 후에는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안정적 활동이 어려워지자 해외 리그로 이적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성적 부진으로 2022년 사실상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