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은 자영업자 1년새 62%↑

2024. 6. 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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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
정규직 상용근로자도 16.3% 늘어
3개월 이상 연체 대출액 53% 급증
소상공인들 “금융부담 완화 절실”
서울 시내 한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

빚을 제 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1년 사이 7000가구나 늘었다. 이자조차 내지 못해 빚을 내 이자를 갚는 악순환에 빠진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불어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원재료 물가가 오르면서 비용 압박도 커진 데다 금리 인하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자영업자의 고단한 삶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직원도 있는데...” 빚 못갚은 자영업자 1년새 62% 늘어=10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30일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8100가구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 당시 1만1167가구에서 6933가구가 증가한 것이다. 비율로 치면 62.1% 폭증했다. 다른 근로 형태(종사상지위)에서도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증가율이 이정도로 높진 않았다.

정규직 월급 생활자인 상용근로자의 경우 같은 기간 16.3% 늘어났다. 두번째로 증감률이 높았지만, 그 수준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임시·일용근로자도 10.4% 증가에 그쳤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와 무직자, 가사, 학생 등 기타는 오히려 각각 13.7%, 14.0% 감소했다.

▶코로나 19 직격탄 자영업자...물가마저 오르며 가까스로 버텨=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자 빚으로 버틴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모두 1112조74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대출)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 2019년 말(209만7221명·738조600억원)과 비교해 4년 3개월 사이 대출자와 대출금액이 각각 60%, 51%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는데도 빚이 늘어난 이유는, 고물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요인이 커지면서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수입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4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6% 올랐다. 전달 대비론 3.0%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선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여기서 1.42%만 올라도 1만원이다.

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이자 부담에 허리 휘어=상환이 이렇자 빚을 막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는 이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3개월 이상 연체한 상환 위험 차주 보유 대출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20조40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비율로 치면 53.4%가 늘어났다.

여러 곳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수도 2019년 말 106만6841명에서 올해 3월 말 172만7351명으로 62%가량 늘어났다. 기존 빚 만으로 버틸 수 없어 또 다른 대출을 받은 이가 많아지고 있단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반적인 연체율도 증가 추세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개인 사업자 평균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0.42%다. 지난해 1분기 말 0.31%에서 0.11%포인트 늘었다.

문제는 당분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데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실질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꼬박꼬박 빚갚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11회 연속 동결이다. 3.50%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지금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며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데, 물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어서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 “금융부담 완화 절실”…금융위 “매년 10조 공급”=소상공인 업계는 금융 부담 완화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 바라는 정책으로 응답자의 64%(복수 응답)는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꼽았다.

연합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리 상승까지 겹쳐 상환 원리금과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 금융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며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새 출발 기금 등 채무조정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소상공인의 신속한 재기를 돕기 위한 신용정보 면제, 소액 채무에 대한 즉시 면책 등과 같은 제도 도입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서민 및 자영업자의 금융지원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간 10조원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에 나서고 있고, 국회에서 통과된 채무자보호법 등을 토대로 채무상환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신용보증기금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599억원에서 2023년 2조2759억원으로 67.4% 뛰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액은 같은 기간 5076억원에서 1조7126억원으로 237.4% 확대됐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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