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산율 반등·혁신 없으면 2040년 마이너스 성장"
"기초연구 강화시 성장률 0.18%p, 지금공급 여건 등 개선하면 0.07%p↑"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갈수록 심화되는 초저출생에 생산성 증가율까지 0%로 떨어지면서 혁신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없이는 한국 경제가 10년 뒤엔 퇴보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혁신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을 늘리고, 자금조달과 창업가 육성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인 우리나라, 왜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등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노동 공급 감소 등으로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R&D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지표는 글로벌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들어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 국내총생산(GDP)의 4.1%)와 4위(2020년, 국가별 비중 7.6%)를 차지하며 투입·산출 양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 이후 크게 둔화된 점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분류할 때 이들은 전체 기업 R&D 지출의 72% 내외(2011~2020년 평균)를 담당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10년 전 연평균 8.2%에서 1.3%로 크게 낮아졌다.
대기업의 경우 전체 R&D 지출 증가를 주도했으나, 혁신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감소한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혁신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됐고,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 기업의 진입이 이전보다 감소해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국기업혁신조사'에 따르면 저업력(업력 하위 20%) 중소기업 중 외부자금 및 내부자금 부족을 혁신 저해 요인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제조업의 경우 2007년 9.9%, 12.8%에서 2021년 45.4%, 77.6%로 각각 늘어났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2011년 9.8%, 19.7%에서 2020년 44.9%, 66.8%로 각각 크게 증가했다.
저업력 중소기업 중 설립 후 8년 내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신생기업의 비중은 2010년대 들어 감소세를 지속해 10%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저업력 중소기업의 업력은 2001년 1.6세에서 2020년 12.5세로 8배 정도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처럼 혁신의 질이 떨어진 원인으로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축소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응용연구는 혁신 실적의 양을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 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과 밀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은 기업 간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성과 추구 성향 확대, 혁신 비용 상승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 연구에 집중하며 기초연구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의 혁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2010년대 이후 벤처캐피탈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이 나빠진 가운데, 민간 부문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킨 상황에서 벤처캐피탈 접근성을 미국 수준으로 높이면 우리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와 피인용 건수를 0.74%, 0.58%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생 혁신 기업의 진입이 줄어든 데는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 창업가가 많이 육성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에 인지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가 창업보다 취업 등을 선호했다.
연구진은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과 같은 교육환경·사회 여건으로 똑똑한 이단아가 혁신창업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혁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후속 혁신 파급력, 범용성, 독창성 등 혁신 실적의 질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기초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부 기초연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산학협력 확대, 혁신클러스터 활성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구조모형을 이용한 정책 시나리오 분석 결과, 연구비 지원 및 산학협력 확대 등 기초연구가 강화될 경우 경제 성장률이 0.18%포인트(p)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또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벤처캐피탈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투자자금의 중간 회수가 원활하도록 M&A 및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이외에도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다원 기회 방식으로의 사회구조 변화 등을 통해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고, 고수익·고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교육환경 및 사회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금공급여건 개선, 신생기업 진입 확대 등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될 경우 성장률이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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