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4년 5개월 만에 함께 자리한 한·일·중 정상 | 3국 정상 소통 정례화 합의했지만, 北 비핵화 입장 차 확인

김우영 기자 2024. 6. 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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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5월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5월 27일 서울에서 만났다.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제8차 정상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미·중 갈등에 이어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동북아 정상 외교를 복원하고 소통을 정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3국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합의했다. 한·일·중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20%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중국의 반대로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빠지는 등 서로 입장 차를 확인했다.

5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왼쪽부터)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이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후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뉴스1

尹 "비핵화" 기시다 "납치 해결" 리창 "역내 안정"

한·일·중 3국 정상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38개 조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우선 3국은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앞서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첫 회의 이후 2012년까지 매년 열렸다. 이후엔 2015년, 2018년, 2019년순으로 불규칙하게 개최됐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 이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앞으로 3국은 인적 교류를 늘리고 경제·통상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인적 교류 4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2025~2026년을 ‘3국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또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하고,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보건·고령화·저출산 문제에 3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고, 기후변화 및 재난·안전 분야에서도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안보 최대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선 한일과 중국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청두 정상회의 당시 공동선언문에도 명시됐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이 이번엔 들어가지 못한 것. 한국과 일본이 공동선언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통 목표로 삼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란 문구가 들어갔다. 또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표현을 넣었다. 각각 한국, 일본, 중국이 강조한 사안인데, 북한 문제에 대해 3국이 일치된 견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음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는 공동선언문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한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측의 자제’는 중국이 유지해 온 기존 입장이다.

특히 북한이 3국 정상회의 직전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은 “북한이 오늘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감행하면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반면 리 총리는 정찰위성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 10시 44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으로 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비행 약 2분 만에 공중 폭발했다.

韓·日·中 기업인, 경험 실무 협의체 만들기로

같은 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한·일·중 경제인들이 모이는 ‘제8차 한·일· 중 비즈니스 서밋’이 열렸다. 3국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역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 런홍빈(任鸿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등 3국 경제 단체 회장과 각국 기업인, 정부 관계자 등 28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3국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면 공동 과제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다”며 “협력을 위해 넘어야 할 경제 외적인 장벽이 많은 만큼 경제계가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3국 경제 단체는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3국 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과 교역 활성화, 공급망 안정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그린 전환, 고령화 대응, 의료 분야에서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3국 간 민간 경제협력을 논의할 실무 협의체도 신설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 리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치고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은 “경제협력은 한·일·중 3국 협력의 튼튼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Plus Point
한중, FTA 2단계 협상 8년 만의 재개
日과는 수소협력대화 등 경협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5월 26일에는 한중 양자 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 각각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먼저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양자 회담에서 ‘한중 외교 안보 대화’를 신설하고 6월 중순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고,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를 출범해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사태로 중단됐던 한중 FTA 2단계 협상도 8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그간 추진돼 온 상품 교역 분야의 시장 개방을 넘어 문화·관광·법률 분야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튿날에는 윤 대통령이 리 총리와 가진 별도 환담에서 탈북민 북송 문제에 관해 중국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내 탈북민은 작년에만 수백 명이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 총리는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윤 대통령이 “양국 외교 관계와 별개로 인식하고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 사항일뿐”이라며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은 6월 출범하는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통해 수소 관련 표준과 수소 에너지 규격, 정책 분야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한일 자원협력대화’도 신설해 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 위기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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