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지은 평행공간 대표 | “래미안 하자 보수에 VR 도입, 공학도 눈으로 부동산 봤죠”
“우리 기술은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한 것)’ 초입에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질 것이다.”
5월 21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부동산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솔루션 기업 ‘평행공간’ 본사에서 이지은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가 이끄는 평행공간은 최근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협업해 래미안 아파트 사전 점검 앱으로 사후 서비스(AS)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헤스티아 2.0’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평행공간은 LG전자, 동국제강, KT에스테이트 등 유수 기업과 협업하며 삼차원 공간 정보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 상용화의 선두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프롭테크 전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노바티스와 존스랑라살(JLL)을 거쳐 2020년 평행공간을 창업했다. 이 대표에게 헤스티아 2.0과 삼성물산과 협업 과정, 디지털 트윈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삼성물산 래미안과 협업해 이번에 출시한 '헤스티아 2.0'은 어떤 서비스인가.
“헤스티아는 삼성물산 래미안의 아파트 사전 점검 앱이다. 이전 1.0 버전의 경우 2D 도면만 들어가 있지만, 이번에 출시한 2.0 버전은 3D 도면으로 현실 공간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하자 점검에 VR 기능을 도입한 것은 업계 최초다.
기존 아파트의 견본주택에 있는 가상 모델하우스는 3D 모델러가 그린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아파트 입주 일주일 전에 직접 들어가 공간 스캔을 떠 온다. 이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재가공하는 3D 리컨스트럭션(re-construction) 과정을 통해 다시 모바일에 집어넣은 상태인 거다.”
이 분야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아파트가 핸드폰에 보이는 방식이 그림이든 현실 공간이든 무슨 차이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측 데이터가 아닌 모델링 데이터는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은 모델링값이 아닌 현실의 데이터가 그대로 넘어오기를 바랐다. 사전 점검부터 시작해 몇 년간 건설사가 계속 AS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헤스티아 2.0을 통해서는 입주자들에게 실측 데이터를 같이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입주자들이 이사 때 소파를 하나 놓아도 몇 센티미터인지 전화해 물어본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내 집과 똑같은 가상공간에 크기를 재보고 바로 진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다.”
현재 실제로 입주자들이 헤스티아 2.0을 이용하는 단지가 있나.
“세 군데 정도 있다. 첫 번째 사이트가 래미안 원베일리였다. 원베일리는 시범 사업이어서 이게 실제 제대로 돌아가는지 테스트했고, 두 번째가 부산 레이카운티였다. 여기부터는 실제 도입을 했다. 세 번째 래미안 원펜타스는 입주 전 사전 점검할 때 입주자가 내 집을 처음 보는 시점부터 쓸 수 있게 했다. 실사용 후기를 보면 좋아하는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고 연령대가 높은 입주자들의 경우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삼성물산이 일대일로 안내하면서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걸로 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VR로 하자 보수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우리가 갖고 있는 원천 기술은 현실 공간 정보를 반영하는 3D 가시화 기술이다. 그러니까 스캔 기반으로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메타버스라는 말과 같이 뜨던 분야였다. 가상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첫 번째가 시설 관리다. 또 두 번째가 시뮬레이션인데, 현실과 똑같은 공간이 있으면 그 안에서 충돌 검사 등 여러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이쪽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실제로 어떤 니즈(needs)가 있는지 찾아보니 맨 처음 접하게 된 게 아파트 하자 점검이었다.
아파트 도면을 하나 만들면 같은 타입은 모두 모양이 같지 않나. 이게 효율성이 좋은 거다. 101호랑 1301호랑 모양이 같으니 공간 하나만 제작해도 다 쓸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건설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이었던 거다. 한 단지 내에 전용면적 84㎡의 A, B타입으로 구성됐다고 하면 도면 두 개에 더해 확장형까지 세 개 정도면 단지 전체에 쓸 수 있다.”
삼성물산 래미안과 손잡게 된 계기는.
“삼성물산이 가상공간이나 3D 등 입주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자 점검 기술을 찾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관련 특허와 기술이 있었고, 입찰을 통해 함께하게 됐다. 특허는 세 개인데, 3D 도면에서 시설 관리 관련 특허와 일조량 데이터 관련 특허, 또 현재 출원돼있는 가상공간 안에 증강현실(AR) 기능까지 넣는 특허 등이 있다.”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무작정 했다(웃음). 직장을 다니다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왕 시작할 거면 기술을 쥐고 하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JLL에서 일할 때 국내 부동산 시장이 규모는 매우 크지만 아직도 맨파워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학부 전공이 전자공학이었는데, 부동산에서는 내부 공간이 중요한데 3D로 뜰 수 있으면 분명 파급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맨 처음 라이다(LiDAR·장치에서 방출한 레이저가 주변의 사물과 부딪힌 뒤 되돌아오며 바뀌는 특성을 측정해 주변을 삼차원 이미징하는 기술) 기계 하나 들고 시작했다.”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을 봐온 사람에게는 전자공학과 부동산의 결합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현재 회사 구성원도 독특한 조합이다. 엔지니어와 미대 출신 직원, 전자공학과 부동산을 한 대표 등이 섞여 일한다. 요즘 여러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 파급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낀다.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그 기술을 아주 깊게 파고들어 몰두하며 발전시키고, 내가 그 기술을 사업화해 방향을 끌어가면 유용한 기술이 되겠더라. 또 미대 모델러 출신인 직원은 3D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니 자동화됐을 때 파급력을 알고, 나는 이를 어느 부동산 분야에 필요한지 찾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도메인(부동산 시장)’과 기술이 합쳐진 것인데, 이때 재밌는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업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국내에서 제강, 로봇 회사 등과 협업한 것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진출하는 게 목표다. 해외에 있는 공장이나 물류 창고의 3D 가시화를 통해 관제나 충돌 검사 시뮬레이션 등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나아가 핸드폰으로 찍은 데이터가 3D 엔진으로갈 수 있는 중간 과정인 플러그인을 만들 계획도 있다. 개발하는 데 한 5년 정도 걸릴 기술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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