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출산율 반등 없으면 2040년대 역성장”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2024. 6. 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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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에 생산성 증가율도 0%대…경제 혁신마저 부족
혁신 양 늘고 질은 떨어져…“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 격려해야”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에서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초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더해 생산성 증가율까지 0%대로 추락하면서 10여년 후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를 통해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인구(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가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2040년 5006만 명, 2070년 3718만 명까지 줄어드는 것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지만, 이런 초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을 만회할만한 경제 전반의 혁신마저 부족하다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R&D 지출 규모(2022년 기준 GDP의 4.1%)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2020년 기준 국가별 비중 7.6%)의 세계 순위는 각 2위,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까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 실적이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추락했다.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 혁신의 질이 떨어진 데는 기초연구 지출 비중 축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응용연구는 혁신 실적의 양을 늘리는데 효과적이지만,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과 밀접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오히려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 성과 추구 성향, 혁신 비용 증가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양'은 늘었으나 '질'이 떨어졌다는 점도 한국의 생산성 성장세가 약해진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기업(종업원 수 상위 5% 기업)은 전체 R&D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특허출원 건수도 크게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한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혁신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신생기업의 진입까지 줄었다. 한국기업혁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에 속한 저(低)업력(업력 하위 20%) 중소기업 중 외부자금·내부자금 부족을 혁신 저해 요인으로 지목한 업체의 비중은 2007년 각 9.9%, 12.8%에서 2021년 45.4%, 77.6%로 급등했다. 서비스업 저업력 중소기업에서도 이 비중은 2011년 각 9.8%, 19.7%에서 2020년 44.9%, 66.8%로 급증했다. 저업력 중소기업 중 설립 후 8년 안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신생기업의 비중도 2010년대 들어 감소세를 보이면서 10%를 밑돌고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자금 조달난은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탈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벤처캐피탈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M&A나 기업공개(IPO) 등의 투자회수 시장이 발달해 혁신 실적이 좋아지는데, 한국의 경우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저조한 상태다.

신생기업 진입 감소의 원인으로는 혁신 창업가의 부족 현상이 꼽혔다. 미국 선행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를 여전히 대부분 1990년대 이전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한국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개선의 해법으로 △기초연구 강화 △벤처캐피탈 혁신자금 공급 기능 개선 △혁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 조성을 제시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연구비 지원과 산학협력 확대 등으로 기초 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p) 높아질 수 있다"며 "자금공급 여건 개선과 신생기업 진입 확대로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될 경우 성장률이 0.07%p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고 고수익·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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