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작전 승부수 던졌지만…네타냐후는 여전히 '수렁'

박성민 2024. 6. 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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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스라엘 직면한 문제 해결되지 않아"…'하마스 해체' 목표 달성 요원
지상전 지속 필요성 부각에도…팔레스타인인 수백명 사망에 국제비난 직면
인질 협상 진전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억류된 인질 처우 악화 우려까지
전시내각서 '정적' 간츠 사임에 부담…극우연정 붕괴 가능성 희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격 군사작전을 벌여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4명을 구출해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더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아직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 달성이 아직 멀었다는 점이 확인된 데다 작전 이후 남은 인질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작전 직후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사임하면서 정권 차원의 타격이 불가피해졌고, 작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이 사망하면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진 것도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큰 부담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인질 구출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복은 순간적일 수 있다"며 이번 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증가했고 이스라엘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질 구출 작전은 남은 인질을 모두 구출하기 위해서는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나 가자 지구에서의 지속적인 지상 작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구출 작전은 일부 인질만 구할 수 있고, 군 작전 요원들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작전 당일인 8일 기자들에게 "모든 인질을 구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항상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군 작전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인질 구출작전에 폐허된 가자지구…"주민 274명 숨져"

이스라엘군의 딜레마도 여전한 상황이다. 가자 지구에 군 병력이 없으면 이번과 같은 구출 작전도 할 수 없고 하마스 군사력 궤멸도 불가능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영구 휴전 약속 및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조건으로 평화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마스는 더구나 이번 작전이 나머지 인질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암시하고 나섰다.

하마스 알 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작전은 적의 포로들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며, 그들의 상태와 삶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남은 인질 중 일부는 이번 작전으로 구출된 4명이 억류돼 있던 민간인 아파트에서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지하 터널로 옮겨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유명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이번 작전에 대해 "지난해 10월 7일(전쟁 발발일) 이후 이스라엘이 직면한 단 하나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석방된 인질들이 입원 치료 중인 텔아비브 인근 병원을 방문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총리실이 공개하고 안식일임에도 성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이번 작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군인이던 딸 노아가 납치돼 살해된 아비 마르시아노 씨는 8일 페이스북에 "딸이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6개월 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나를) 방문하지 않았고, 전화 조차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각료 사임한 간츠 (라마트간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적으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라마트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내각 각료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간츠 대표는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비상 정부를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2024.06.10 passion@yna.co.kr

이와 함께 정치적 라이벌인 간츠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사임한 것도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YT는 "간츠 대표와 그의 정당이 전시 내각에서 떠난 것은 광범위한 비상 정부의 종말을 의미하며, 네타냐후 총리의 불투명한 전쟁 정책에 대한 폐단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간츠 대표의 사임이 당장 네타냐후 총리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극우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린 네타냐후 총리의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중동 협상 전문가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미 CNN 방송에 "간츠는 진퇴양난인 상태"라며 "그는 정부에 남아있기를 원하고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네타냐후) 정부를 무너뜨릴 잠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CNN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에게 간츠가 없는 이스라엘 정부는 기껏해야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며 "밀러가 언급한 '간츠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더 수월하게 대하거나 민간인 사상자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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