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새로운 대응"...北, 윤 대통령 해외순방 틈타 무력도발?
북한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명분으로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물풍선 살포 책임을 한국 사회에 전가해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대북확성기 방송이 지속될 경우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 간의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길에 오르면서 북한이 '안보 빈틈'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새벽 담화를 내고 "국경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도발이 끝끝내 시작된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한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이 오물풍선을 4차례 살포한 배경을 탈북민이 배포한 K팝 자료와 대북전단 등을 들었다. 특히 김 부부장은 탈북민들이 날려 보낸 대북전단 등을 향해 '대한민국 탈북자 쓰레기들의 도넘은 반공화국 심리모략책동'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미 경고한바대로 지난 8일 밤과 9일 새벽시간에 기구 1400여개로 휴지 7.5t(톤)을 한국 국경 너머로 살포했다"며 "뒤져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빈 휴지장들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의 정객들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도발'을 규제 판별하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고 기괴한 기형적 론리(논리)로 저들의 립장(입장)을 정당화해 보려고 모지름(모질음)을 쓰고 있다"며 "저들의 도전적 망동에 대한 우리의 대응 행동에 대해서는 또다시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의 지저분하고 유치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나는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도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9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가 철거된 이후 약 6년 만이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K팝 등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비롯해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소리가 잘 전파되는 저녁 시간에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려 젊은 세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김정은 정권에 가장 치명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2015년 8월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14.5㎜ 고사총 1발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155㎜ 자주포 29발로 대응 사격에 나서며 준전시 상태까지 악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 남북은 무박 4일 간의 마라톤 담판을 펼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안을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이날부터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 부재를 틈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도발에 나설 경우 남한 사회 내부 갈등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에 대해 "(김여정이 언급한) 새로운 행동은 비무장지대(DMZ)의 중무장화와 성동격서 전략이 될 것"이라며 "소리는 DMZ의 확성기에서 내고 실제 싸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양 교수는 "이전 김여정 담화와 비교했을 때 표현과 수위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심리전이 중지되길 기대하는 측면도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중앙아시아 3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까지 관련 대비태세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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