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백만개' 15잔루 NC vs 17잔루 한화, 역대급 변비 야구 신기록 쓸뻔했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누가 누가 더 못 하나'의 대결이었다. 주자를 쌓아놓고도 들여보내지 못하는 답답한 '고구마 경기'를 팬들은 휴일 저녁 5시간 가까이 지켜봐야만 했다.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는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3-3으로 비겼다. 앞서 3연전 중 2경기를 승리한 NC는 시리즈 스윕까지 가져가지는 못했고, 한화는 연패를 2경기에서 막은 것이 만족해야 했다.
이날 NC는 11안타 8사사구, 한화는 13안타 7사사구를 기록하는 등 양 팀 합계 24안타 15사사구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서로 3점씩을 뽑는 데 그치며 역대급 '변비 야구'를 선보였다.
연장 12회까지 승부가 진행되는 동안 NC는 15개, 한화는 17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양 팀 합쳐 32개의 잔루가 나왔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잔루는 2002년 10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LG 트윈스전에서 기록된 33개다. 당시 LG는 16개, KIA는 17개의 잔루를 기록했고, 양 팀은 25안타 22사사구를 주고 받는 연장 13회 승부 끝에 LG가 7-5로 이겼다.
9일 NC-한화전은 역대 한 경기 최다 잔루 공동 2위 불명예 기록을 썼다. 잔루 1개만 더 나왔다면 역대 한 경기 최다 잔루와 타이기록을 세울뻔했다.
1회 초부터 잔루의 향연이었다. NC는 1사 1, 3루 절호의 득점 찬스에서 4번 타자 맷 데이비슨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중도루를 시도하던 3루 주자 김휘집이 홈에서 아웃돼 순식간에 이닝이 종료됐다. NC는 2회 초 2사 후 도태훈의 안타, 김형준의 볼넷으로 1, 2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김주원이 초구에 2루 땅볼로 아웃돼 2이닝 연속 득점권 기회를 날렸다.
반면 한화는 2회 말 첫 득점권 찬스에서 선취점을 올렸다. 선두타자 채은성의 안타에 이어 최인호가 좌중간으로 큰 타구를 날려 2루타를 만들었다. 1루 주자 채은성이 홈을 노리다 아웃돼 득점에 실패한 한화는 최재훈의 몸에 맞는 볼로 1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도윤의 진루타로 2사 2, 3루가 됐고, 이원석이 중전안타로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2-0 리드를 잡은 한화는 2사 2루에서 황영묵의 적시타로 3-0까지 격차를 벌렸다.
3회 초 NC는 박민우와 박건우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 찬스에서 데이비슨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격했다. 이후 4회부터 7회까지는 0의 공방이 이어졌다. NC는 4회 초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2사 만루 절호의 찬스를 잡았지만, 김휘집이 우익수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어 NC는 5회 초에도 박건우의 안타, 김성욱의 볼넷으로 2사 1, 2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지만 도태훈이 1루수 땅볼로 아웃돼 소득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 말 한화는 김태연이 유격수 실책으로 살아나갔고, 채은성의 내야안타로 2사 1, 2루 찬스를 잡았지만 장진혁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에도 '고구마 공방'은 이어졌다. NC는 6회 초 박민우가 볼넷과 도루로 2루까지 진루했지만 김휘집이 삼진을 당하며 침묵했다. 6회 말 한화는 이도윤과 황영묵의 안타로 2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김태연이 3루수 직선타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7회 말 한화는 안치홍의 볼넷, 장진혁의 안타와 상대의 폭투로 2사 2, 3루를 만들었지만 최재훈이 유격수 땅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 내내 답답했던 NC의 타선은 8회 드디어 한 방이 터졌다. 2사 1루에서 김주원이 주현상의 2구째 패스트볼을 공략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달아나야 할 때 달아나지 못한 한화는 경기 막판 3-3 동점을 허용했다.
한화는 9회 말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1사 후 문현빈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득점권 기회를 잡았고, 노시환이 자동 고의사구로 나가 1사 1, 2루가 됐다. 그러나 채은성과 장진혁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0회 말 한화는 다시 한 번 끝내기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최재훈의 볼넷에 이어 이도윤의 진루타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이어 이원석의 타구를 3루수 김휘집이 한 번에 잡지 못해 1사 1, 2루가 됐다. 절호의 찬스에서 이날 3안타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황영묵이 삼진으로 돌아섰다. 9회까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김태연은 2사 1, 2루에서 3루수 땅볼로 또 한 번 침묵했다.
위기를 넘긴 NC도 11회 초 찬스를 잡았다. 최정원과 서호철의 안타로 2사 1, 2루 득점권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4번 타자 데이비슨이 초구에 허무하게 유격수 땅볼을 때려 득점이 무산됐다. 11회 말 한화는 문현빈의 볼넷과 도루, 채은성의 자동 고의사구로 1사 1, 2루를 만들었다. 장진혁의 1루수 땅볼로 2사 1, 3루가 됐고, 1루 주자의 도루로 2사 2, 3루 끝내기 밥상을 차렸다. 하지만 박상언이 삼진으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NC는 12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한화 유격수 이도윤의 실책으로 선두타자 한석현이 살아나갔다. 그러나 김성욱이 보내기 번트에 실패한 뒤 삼진, 도태훈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2아웃이 됐다. 김형준의 볼넷으로 2사 1, 2루가 됐고, 타석에는 동점 투런포의 주인공 김주원이 들어섰다. 김주원은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최소 무승부를 확정한 한화는 12회 말 선두타자 이도윤이 볼넷으로 살아나갔다. 이원석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마지막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으나, 황영묵이 삼진, 김태연이 중견수 뜬공으로 결국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서로에게 아쉬움만 남는 승부였다. NC는 경기 초반 무수한 찬스를 날리며 시리즈 스윕의 기회를 놓쳤다. 한화는 타격이 더 컸다. 9회 말부터 연장 10~12회 말까지 4이닝 연속 끝내기 찬스를 잡고도 밥상을 엎었다. 주말 3연전이 시작되기 전 7위 한화는 6위 NC를 0.5경기 차까지 바짝 추격했지만, 3경기서 1무 2패로 미끄러지며 2.5경기로 격차가 벌어졌다. 김경문 감독의 KBO리그 역대 6번째 통산 900승 달성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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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NC-한화전, 양 팀 합계 32잔루...역대 한 경기 최다 잔루 공동 2위
KBO 역대 한 경기 최다 잔루는 2002년 10월 13일 광주 KIA-LG전 33개
4시간 52분 헛심 공방...한화 김경문 감독 900승 달성은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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