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금감원 팀원이 빗썸 임원으로?… “이례적 스카우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앞두고 인력 보강”
최근 금융감독원을 퇴사한 직원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제는 금감원 직원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직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이직은 일반 팀원 출신이 주요 거래소 임원으로 스카우트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7월 시행을 앞두고 금융 당국 출신 수혈이 급한 상황에서 빗썸이 인재 영입을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걸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부가 공개한 ‘5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전 금감원 직원 A씨의 빗썸코리아 이사직 취업을 승인했습니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윤리위 승인이 없다면 퇴직일로부터 3년간 금융사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퇴직 전 5년 동안 근무한 부서와 이직하려는 곳 사이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윤리위는 취업제한을 걸곤 합니다.
금감원에서 A씨의 마지막 직급은 3급입니다. A씨는 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로 금감원 재직 당시 주로 공정거래 관련 조사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업무는 지난 5년 동안 맡지 않아 이번 취업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A씨의 마지막 직책입니다. 금감원 3급은 주로 입사 15~20년 차 직원들로 분포돼 있으며 이들은 팀장 혹은 팀원 중 최선임인 수석조사역 직책을 맡습니다. A씨는 따로 팀장을 맡은 경험 없이 수석조사역인 상태로 지난 4월 금감원을 그만뒀습니다. 정부의 취업 승인까지 받은 A씨는 곧 빗썸에서 첫 출근 도장을 찍을 예정입니다.
가상자산업계에선 A씨의 이직을 두고 “이례적이다”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전에도 금감원 직원이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보통은 금감원에서 팀장 혹은 국장을 지낸 이들이 임원급 대우를 약속받고 거래소로 직장을 옮기곤 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두나무에서 일하는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금감원 퇴직 전 핀테크현장지원자문역 부국장을 맡았습니다. 최병권 코인원 감사 역시 금감원에서 총무국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쯤 코인원에 합류했습니다. 고팍스도 금감원 부국장 출신을 전무로 영입한 바 있고 코인마켓 거래소 비블록은 2022년에 금감원에서 여러 팀을 이끌었던 정두회 팀장을 전무로 앉혔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감원 팀장 및 국장 출신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감독·조사 실무는 물론 조직 관리까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금융사에서 금융 당국 대응 업무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적임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직 국장·팀장에게 임원 대우를 약속하는 것이 업계 관행인데 A씨의 경우 일반 팀원 출신이 이사로 스카우트된 독특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가상자산업계에선 빗썸이 대관 업무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금감원 출신을 수혈하느라 임원 자리를 내걸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빗썸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대비하기 위해 A씨를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시기인 7월 전에 금융 당국 출신 인사를 데려와야 했는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입니다.
금융 당국 출신은 전 금융권에서 스카우트하려는 인적 자원입니다.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 역시 서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각 업계의 사회적 지위를 비교했을 때, 취업자들의 선호는 전통 금융권으로 기운 상태입니다. 가상자산업계는 금융 당국 출신을 데려오기 위해 더 좋은 혜택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 구성원 입장에서 새 취업 자리를 물색했을 때, 전통 금융사 대비 가상자산업계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능력이 좋은 인재를 모셔 오기 위해 팀원 출신인 A씨에게 임원직을 약속하고 스카우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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