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 전세버스 필요한 모든 곳에서 찾는 회사 될 것”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6.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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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우 위즈돔 대표 인터뷰
교수를 꿈꿨던 미국 변호사
‘지옥’과 같은 출퇴근길 경험 뒤
“바꿔보자”라는 생각으로 창업
SK, 한화 등 대기업 통근버스 장악
“5년 내 매출 7500억 달성 목표”

“기업 통근 버스, 특정 행사 전세 버스 사업에 있어서 위즈돔은 그 어떤 기업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공정하게 붙는다면 우리는 패하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2009년 설립된 위즈돔은 대기업에 통근 버스를 제공하는 ‘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고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현재 위즈돔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노선은 하루 3300건에 달한다. 월 운행 건수 11만건, 탑승 건수는 180만건에 달한다. 현재 매달 약 10만명의 사람이 위즈돔의 플랫폼을 통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행사, 축제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762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10억원에 이르렀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2027년까지 매출 기준으로 지금보다 10배 이상 큰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라며 “위즈돔은 통근 버스뿐 아니라 전세 버스가 필요한 모든 곳에서 반드시 찾을 수밖에 없는 회사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 꿈꾸던 풋내기 미국 변호사 … “출퇴근 고통을 바꿔보자”
한상우 위즈돔 대표가 서울 중구에 있는 매일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위즈돔]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 대표는 매일 아침 출퇴근 시간에 ‘지옥철’을 경험하면서 사업 모델을 떠올렸다. 국내에서 2009년 아이폰3G 도입이 이뤄지고 난 뒤 온라인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확대되던 시기였던 만큼 한 대표는 ‘같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을 모아 노선을 만들고 전세 버스를 배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초·중·고 친구 3명과 함께 위즈돔을 창업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있는 작은 사무실을 빌려 책상 세 개를 놓고 시작한 사업. 수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모아 버스 운행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1천 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운행 버스도 세 대까지 늘렸다. 한 대표는 “당시만 해도 플랫폼, 공유경제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라며 “첫 서비스 URL도 버스를 공동구매한다는 의미로 ‘버스공구닷컴’이라고 지었다” (서비스의 정식 명칭은 e버스)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버스 노선을 공유하고, 편안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하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버스 업계의 반발과 함께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불법’ 딱지가 붙었다. 그렇게 서비스는 중단됐다.

한 대표는 여기서 무릎 꿇지 않았다. 때마침 해당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례를 활용, 2011년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끌어냈다. 2013년에는 정부로부터 노선 면허를 받은 ‘모빌리티 1호 기업’이 됐다.

이후 SK를 시작해 한화, CJ, 카카오그룹, 현대 등 많은 대기업이 통근버스 운영을 위즈돔에 맡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대다수는 현재 위즈돔의 스마트 버스를 직원들의 통근 버스로 활용한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노선을 선정하고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경험이 쌓인 만큼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한 대표는 “임원이 된 분 중에서 회사의 차량 제공을 거절하고 위즈돔 버스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다”라며 “위즈돔을 활용하면 직원들은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버스를 타고, 빠르게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계올림픽으로 얻은 기회, 코로나19 위기
미리앱
2019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위즈돔은 올림픽 공식 모빌리티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서울에서 평창, 강릉을 연결하는 노선 운행을 위즈돔에 맡긴 것이다. 위즈돔의 서비스는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서울과 인천 등의 관광객을 올림픽 현지로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버스운송사업에 관한 법률과 강원도의 소극적 태도가 발목을 잡았다. 강원도 내에서 유료로 버스를 운행하려면 강원도청의 허가가 있어야만 했다. 강원도청이 이를 허가하지 않자 위즈돔은 ‘무료’로 전환했다. 한 대표는 “회사에는 손해였지만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던 만큼 무료로 전환했다”라며 “그런데 오히려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라고 말했다.

무료로 전세버스를 운영하자 여러 대기업이 후원하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SK는 도시락을, 에쓰오일은 전세버스 기름값 할인을, 카카오는 기념품을, AJ그룹은 손난로를 제공하는 등 여러 기업이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온 국가가 즐기는 축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정부는 관광, 레저, 문화 등과 관련해 버스를 운영할 경우에는 기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위즈돔은 날개를 달았다. 예를 들어 경기도 가평에서는 매년 수많은 외국인과 국내 관광객이 참여하는 ‘자라섬 페스티벌’이 열린다. 행사 기간 서울, 인천공항과 가평을 연결하는 버스가 필요한데 국내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위즈돔이 거의 유일하다. 한 대표는 “5만명, 1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해 혼란 없이 스마트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플랫폼은 위즈돔이 유일하다”라며 “놀이공원은 물론 지역, 스포츠 경기 등이 열리는 곳에서 주요 교통지를 연결하는 버스를 운행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020년 위즈돔의 관련 매출은 거의 ‘0’으로 떨어졌다. 한 대표는 그러나 오히려 코로나19가 사업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회사가 가진 거품을 제거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잘하는 본업에 보다 충실하고 기반을 닦아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조금씩 완화되면서 위즈돔의 강점이 드러났다. 한 대표는 “기업의 통근버스를 스마트하게 운영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결과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대기업들이 대거 위즈돔을 선택했다”라며 “위즈돔을 선택했던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100%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5년 내 매출 7500억 기업으로 성장할 것”
위즈돔 e버스 [사진=위즈돔]
지난해 최고 매출을 찍은 위즈돔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 무엇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여전히 자회사를 기반으로 버스 운행을 하는 기업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우리 플랫폼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도 최고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라며 “시장에서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를 겨룬다면 우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신사업 출시다. 전국에 버스 플랫폼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필요할 때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트럭, 버스 중고 거래나 타이어와 부품 교체 등 지속적인 버스 운행에 필요한 유지·보수를 보다 편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라며 “이밖에 광고는 물론 버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 등 차량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직전 인기를 끌었던 지역 축제, 행사장, 스포츠 경기 등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확대해 이익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국이 가진 버스 생태계에서 위즈돔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올해 초 국내 2200여개 회원사를 거느린 최대 민간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의 의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역대 코스포 의장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전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 국내 유니콘 기업 수장이 맡았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올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에 선출됐다. [사진=위즈돔]
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의장직에 나섰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2022년 기준 국내 기술창업 수가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도 내림세는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 사회의 역동성은 떨어지게 되고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 대표는 “위즈돔은 순탄치 않았지만 단단하게 버텨왔다”라며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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