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4, 다시 보니 미래에서 온 길라잡이
[OSEN=강희수 기자] 폭스바겐 ID.4는 친절하다. 내연기관차 운전에 익숙한 운전자들을 전동화의 세계로 연착륙시키는 일이 하늘의 소명이라도 되는 듯, 가교의 구실에 충실하다. 2년 전, 국내에 처음 출시될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전기차의 특성을 기를 쓰고 눌러 놓았던 차”로 ID.4를 인식했다.
연식변경된 ID.4를 최근에 다시 만났다. 여전히 친절한 녀석이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는 ID.4로 하여금 준중형 SUV 그 이상의 여유를 담고 있었다.
ID.4 출시 이후 많은 전기차들이 쏟아졌다. 상당수의 전기차들이 전기 에너지의 특성을 십분 살려 내연기관차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기 바쁘다. ID.4의 소명이 더 돋보이는 배경이 됐다.
ID.4에도 여느 전기차들처럼 회생제동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B모드’가 있다. 스티어링휠 뒤 클러스터 우측에 붙은 변속 레버는 드라이브 모드(D)와 B모드를 토글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보통 전기차들은 B모드에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넣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을 필요가 없이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과 정차까지 가능하도록 한 장치다. 그런데 ID.4의 B모드는 정차 직전까지는 가지만 정작 ‘정차’는 하지 않는다. 정차는 반드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작동하도록 해 놓았다.
ID.4의 친절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헷갈리는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정차 기능은 오로지 브레이크 페달 하나에만 부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부지불식중’은 하나된 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주차를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D모드는 내연기관차의 그것처럼 브레이크를 떼면 자연스럽게 서행을 한다. 후진 기어일 때도 마찬가지다. ID.4로 주차를 할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떼는 것만으로 전진과 후진의 미세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2년만에 다시 보는 ID.4는 꽤나 진보적이다.
‘친절함’과는 상반되는 시도들이 곳곳에 도입된 게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ID.4에서 물리 버튼은 급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ID.4는 분명 4도어 SUV이지만 운전석에서 차창을 여는 버튼은 2개뿐이다. 뒷문의 차창은 ‘리어(rear)’ 버튼을 선택한 뒤 눌러야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 뒷면의 클러스터가 스티어링휠의 조향축에 고정된 것도 낯설다. 운전에 필수적인 정보만 압축해 담은 클러스터는 스티어링휠의 높낮이를 조정할 때마다 한 몸이 돼 움직인다. 이 5.3인치의 ID.콕핏(ID. Cockpit)은 주행속도, 주행가능 거리, 배터리 충전 현황,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주행 시 필요로 하는 정보만 제공한다.
단출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도 물리버튼은 진화의 흔적처럼 최소화돼 있다. 12인치(ID.4 PRO 기준) 멀티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표출되는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CAS)은 한층 빨라진 터치 응답률과 정밀해진 제스처 컨트롤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같은 시도들은 고전적인 관점에서는 진보적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측면에서는 스마트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2년만에 다시 보는 ID.4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의 단순한 가교가 아니었다. ID.4의 개발 콘셉트는 이미 전동화가 보편화 된 미래에 가 있었고, ID.4의 친절함은 현세의 운전자들을 미래로 이끄는 길라잡이였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기업 슬로건은 ‘수입자동차의 대중화’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ID.4에 한 가지 사명을 더 얹었다. ‘수입 전기차의 대중화’다. ID.4는 수입 전기차 중 최대 국비 보조금을 받는 차종이다.
글로벌 전략 모델인 ID.4는 우리나라에서도 반향이 컸다. 2022년 9월 출시 2주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고, 국내 전기차 관련 시상에서 3관왕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2024년 3월에는 KAIDA 기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럽 브랜드 승용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인 351대를 기록해 브랜드 성장을 견인하는 주력 모델이 됐다.(KAIDA 연료별 베스트셀링카, 단일 모델 기준)
폭스바겐 ID.4의 가격은 Pro Lite 5,490만 원, Pro 5,990만 원이다. 프로 라이트의 가격이 5,500만 원 미만이기 때문에 국비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수입 전기차 중 최대 금액인 492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다. 국고 보조금 492만 원과 각 지자체 별 지방비 보조금, 구매 혜택 등을 모두 적용하면 4,000만 원 초반대의 가격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ID.4는 최적화된 회생제동 시스템과 새로 개발된 전기기계식 브레이크 부스터 탑재로 복합 421km(도심 451km, 고속 384km)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 또한 복합 4.9km/kWh(도심 5.3km/kWh, 고속 4.5km/kWh, 3등급)를 받아냈다.
ID.4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PSM(Permanently excited Synchronous Motor) 기반의 구동 시스템과 82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출력 150kW(204PS), 최대토크 31.6kg.m (310Nm)의 파워풀한 성능을 발휘한다.
D(Drive)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경우 코스팅(coasting), 즉 타력 주행 상태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경우 회생 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 강한 회생제동이 필요할 경우에는 간편한 조작으로 B(Brake)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내리막길 구간에서는 별도의 브레이크 조작 없이 B 모드 만으로도 최대 효율로 주행이 가능하다.
ID.4는 최대 충전 용량 135kW의 급속 충전과 11kW의 완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하며, 배터리가 5% 남은 상태에서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한 ID.4는 짧은 오버행과 2,765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기존 동급 SUV 모델 대비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543L로, 뒷좌석 시트를 접을 시 1,575L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짐을 고정시킬 수 있는 러기지 네트, 네트 칸막이, 트렁크 하단 높이 조절이 가능한 러기지 플로어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짐을 실을 수 있다.
ID.4에는 폭스바겐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IQ. 드라이브’가 기본 탑재되며, ID.4 Pro에는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 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ID.4 Pro Lite에는 ‘LED 헤드램프’가 추가된다.
주변 시야를 밝히는 에어리어 뷰(360˚ 뷰 카메라), 보행자와 자전거를 인식해 사고를 예방하는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시스템, 사이드 어시스트(사각지대 모니터링)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사고 감지 시 안전벨트를 조이고 창문을 닫아 탑승객을 보호하는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 진보된 첨단 안전 사양을 대거 기본 탑재해 패밀리 e-SUV에 걸맞은 우수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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