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약" 암 환자, 치료 전 교육이 '사망률' 낮춘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교수 연구팀
진단 시 암 교육 받으면 1년 내 사망위험 27% 감소
이우용 암병원장 "새로운 암 치료 모델 제시할 것"
체계적인 암 교육이 암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암 진단 시 '디스트레스'(나쁜 스트레스, 우울·불안 외에 암 환자의 정서적 어려움을 통칭하는 말로 쓰임)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지지를 제공한 결과 암 환자의 초기 사망 위험을 27% 낮출 수 있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 최근호에 게재됐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암 교육센터 문을 열고 암 환자 웰니스 교육을 치료 과정으로 도입했다. 환자와 가족이 암 치료 중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질병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암의 이해 △치료 방법 교육 △부작용 관리 △심리·사회적 지지 △치료 중·후 일상생활에 관한 교육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스트레스 관리, 멘토링 프로그램,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이해, 외모 관리, 미술치료, 음악치료, 웃음 치료, 원예치료, 암과 부부의 성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번 연구에서 디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교육의 효과는 분명했다. 연구팀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암을 새로 진단받고,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 4880명의 환자 중 암 교육을 받은 810명과 받지 않은 4070명의 1년 사망률을 추적 관찰했다. 이후 두 집단 간 1년 사망률을 1000인 년당 비교한 결과 교육 중재군은 5.5%였던 데 반해 비중재군은 7.6%로 더 높았다. 교육받은 환자들의 1년 내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뜻이다.
사망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나이가 젊은 환자인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60세를 기준으로 50세 미만 환자는 63%, 50대 환자에게서는 54%가량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교수(대장항문외과)와 조주희 교수, 강단비 교수는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에 수술 치료가 가능한 대장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재발·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서 디스트레스 정도가 컸던 대장암 환자들은 재발과 사망 위험도가 최대 84% 높았다. 4기 대장암 환자에게서는 153%까지 치솟아 디스트레스 관리가 환자 치료에 중요한 요인이란 점을 암시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적절한 교육과 지지 프로그램을 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좋다는 것은 치료의 영역에서 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디스트레스 상담실 운영을 시작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올해 대상을 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서 모든 암 환자, 암 의심 환자로 넓힐 방침이다. 모바일 문진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알고리즘을 개발해 환자 상태에 맞춰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통증, 수면 등 암 치료에 따른 동반 질환은 암 치유센터에서, 우울증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정신건강 클리닉 협진을 받아볼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했다.
또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를 '퍼스트 케어기버'로 배치해 병원 내원한 환자들을 진료 전 사전 상담으로 돕고, 환자들의 어려운 속사정을 헤아릴 수 있도록 디스트레스 상담실에서 사회복지사의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우용 암병원장은 "암 환자와 가족이 직면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하는 치료 너머 치유를 생각하는 새로운 암 치료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앞서 뉴스위크 '글로벌 전문병원 평가'에서 2022년, 2023년 2년 연속 아시아 병원 중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글로벌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한 5위를 기록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TOP) 5'로 자리매김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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