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아이에게 훈육을 해도 잘 듣지 않는 진짜 이유

칼럼니스트 박현숙 2024. 6.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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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의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우리 아이가 왜 그럴까’ 행동의 의도 먼저 파악하세요

Q. 아이가 자기 멋대로이고, 말을 듣지 않아요. 그래서 혹여 잘못 크게 될까봐 여러 가지 방법으로 훈육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아요. 설명도 안되고, 벌을 세우거나 때려보기도 했고, 규칙을 정해서 시켜보기도 했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훈육은 아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고, 소통하며, 가르치고, 그 과정에서 격려를 하는 것이지 '처벌'을 하는 것은 훈육이 아니다. ⓒ베이비뉴스

A. 체벌은 훈육이 아닙니다.

아동심리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이 부모님들이 "아이가 잘못된걸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서 훈육을 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훈육을 하셨냐고 물어보면 벌을 세웠다거나 체벌을 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다른 종류로는 아이의 권리를 박탈하는 등 처벌을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서 부모님들께서 가장 잘못 알고 계신 점은 '체벌'이나 '처벌'이 '훈육'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세우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훈육에 대한 정확한 부모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벌은 아이가 댓가를 치르고 훈육은 아이가 배움을 얻어요"

훈육(discipline)의 영단어 어원은 '가르침 혹은 배움'을 뜻하는 라틴어인 'disciplina'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한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가르칠 훈(訓)', '기를 육(育)'으로서, 가르치면서 기르는 것을 뜻합니다. 즉, 사회적 규제나 학교의 규율과 같이 사회적으로 명백하게 요청되는 행위나 습관을 가르쳐서 형성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훈육은 아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고, 소통하며, 가르치고, 그 과정에서 격려를 하는 것이지 '처벌'을 하는 것은 훈육이 아닙니다. 처벌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지만, 훈육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배움'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체벌은 무조건적인 복종 혹은 반항으로 이어져요. 훈육은 아이의 문제해결능력 키울 수 있어요."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처벌'을 받은 아이들은 복종만 하거나 반항하는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또한, 복수와 폭력이 문제해결의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사회생활을 할 때 다른 아이들이나 선생님에게도 똑같이 행동하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에게 양육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의존적이 되어 결국에는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하시는 부모님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 어떻게 하면 부모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아이가 "안돼"라는 말을 잘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부모의 말을 더 잘 듣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훈육을 하는 부모님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 어떻게 하면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상호협력하게 만들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우게 해줄까?
- 어떻게 하면 문제 상황을 통해 함께 배워 나갈 수 있을까?

"아이가 하는 행동의 원인, 가장 먼저 파악하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요? 화내지도 말라고 하고, 설명하라는데 아이에게 설명해봤자 그 때만 알겠다고 한 후에 또 다시 반복하는데 부모님들은 답답해하십니다. 부모님이 훈육을 하시기 위해서 가장 빨리 파악하셔야 할 일은 '그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생을 자꾸 때리는 아이가 있을 때, 부모님은 왜 때리면 안되는지, 그게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 자꾸 설명을 하시곤, 결국에는 소리지르고 화를 내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자꾸 동생을 때릴까요?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냥 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울 수 있고, 동생이 기어다니며 자꾸 내 물건을 만져서 그럴 수도 있고, 엄마한테 혼나면 분풀이할 만만한 대상이 동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투가 나서, 나를 방해해서, 화가 나서 등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보통 부모님들은 동생에게 자꾸 양보하라고 하고 아이의 행동을 나쁜 행동이라고 지적하십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어디 가서 항상 양보만 하길 원하시나요? 우리 아이가 나쁜 아이라는 자아상을 가지도록 하고 싶으신가요? 흔하진 않지만 예외적으로 그냥 모른척 하신다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질투나서 동생을 괴롭힌 아이에게는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그럼, 아까 설명드렸듯, 원인을 파악했으니 가르치면 됩니다. 

질투가 나서 지나가다가 계속 툭툭 치고 때린다면, 그 의도에 대해서 언급하시면서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할지 가르치는 겁니다. "엄마한테 관심을 받고 싶구나. 그럴 때는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하자. 얼른 이리와 안아줄게"라고 간단하게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다독이고 안아준 후에 아이의 상황을 살펴본 후에 기회가 된다면 "동생도 네가 안아줄 수 있어"라고 또 간략히 이야기 해봅니다. "한번 안아볼래? 엄마가 알려줄게"라고 하시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을 가르치는 겁니다. 그리곤 "우리 ○○이가 동생도 돌볼 줄 아는구나"라고 말해줌으로써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언급해줍니다.

동생이 장난감을 자꾸 만지고 그럴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면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장난감을 동생이 자꾸 만지면 화날 수 있지. 그러면, 정말 너에게 소중한 장난감들을 이 박스에 넣고 올려 놓자. 그리곤 필요할 때마다 엄마에게 말을 해줘. 엄마가 꺼내줄게"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슬쩍 틈을 봐서 "네가 동생에게 빌려주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면 거실에 둘 수도 있을거야"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나를 존중해주고, 내가 동생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부모의 소리지르는 훈육은 아이가 화나면 소리지르게 만들어요"

만약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화가 나서 지나가다가 동생을 때린다면 얼른 다가가서 동생과 물리적으로 분리를 시키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후에 "네가 화가 난 걸 알아. 하지만 화가 난다고 때리거나 던지는건 안돼"라고 먼저 말씀을 하셔야 합니다. 이 때에 부모님은 엄청 화가 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한가지만 생각하세요. 내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우리 아이는 분노할 때 소리지르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것을요. (아! 잠시만요! 부모님의 얼굴에 화가 나 있거나 언성이 약간 올라가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분노해서 이성을 잃는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부모님에게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압니다만, 딱 1년만 참겠다는 마음으로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곤, "네가 엄마에게 서운하고 화났지. 그럴 때 엄마에게 안아 달라고 하면 돼"라고 한 후에 안아주십니다. 

비록 부모님이 이 과정에서 소리를 치셨더라도 괜찮습니다. 시간은 많고 그 자리에서 항상 즉시 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님도 실수할 때가 있고, 그 실수를 만회하시기 위해서 노력하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실수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훈육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어머님이 진정이 되시면 다시 아이에게 다가가서 "아까 엄마가 소리쳐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너무 놀랐거든"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화날 때 화났다고 말할 수 있어. 그리고 엄마가 미우면 밉다고 할 수도 있지. 영원히 미운 건 아니니까. 아니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있는 베개를 칠 수도 있어. 여기에 있는 장난감을 쳐도 되고. 네가 화난게 잘못은 아니거든. 하지만 누구든 때리거나, 망가질 수 있는 물건을 치거나 던지는건 안돼"라고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말해줌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과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누구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최소 1년 만이라도 신경을 써서 훈육해주세요, 부모님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됩니다"

물론, 한 번 가르쳐서 되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최소 1년 만이라도 신경을 써서 가르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해집니다. 또한 순간순간 어머님께서 실수하시더라도 '난 정말 별로인가봐'라고 생각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계속 시도하시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이렇게 배운대로 하기가 힘든데, 우리 아이도 힘들겠지'라며 부모 자신과 더불어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됩니다.

'훈육'은 자녀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를 성장시키게 만들어 줍니다. 비록, 이 과정이 부모로서 힘들겠지만,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한 20년 후, 훌륭하게 성장되어 있는 자녀와 성숙한 부모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숙은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아동심리치료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년이 넘는 임상경험을 통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 하는 것은 부모의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는 점을 알게 됐다. 부모가 조금 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양육코칭에 힘쓰며, 부모자녀 관계치료에 관심을 갖고 현재 심리상담센터 마인드카페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현재 2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정신건강 플랫폼이다.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가 칼럼: tip.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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