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고자극 없이도 거둔 성과

우다빈 2024. 6.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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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종영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
두 주인공의 쌍방 구원 서사
고자극·선정적 소재 없이 잔잔한 여운 남겨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다. JTBC 제공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잔잔한 파동으로 여운을 남기며 종영했다. 작품의 OST처럼 두 주인공의 쌍방 구원 서사가 먹먹한 감성을 선사했다.

지난 9일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 최종회가 전파를 탔다. 작품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다.

이날 방송에서는 복귀주(장기용)가 죽음을 각오하고 13년 전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복귀주는 13년 전 화재 사고 기록을 떠올리면서 도다해(천우희)를 구하러 창고로 달려갔다. 복귀주의 신체에 붉은 반점이 생긴 것을 발견한 도다해는 좌절했지만 복귀주는 도다해를 안심시켰다.

이후 복이나(박소이)의 공연 당일에 화재가 발생하자 도다해는 그간 극복하지 못했던 화재 트라우마를 견디며 복이나를 구하려 화재 속으로 달려갔다. 복이나와 도다해 위로 벽이 무너진 순간 복귀주는 온몸으로 벽을 받쳤다. 이후 복귀주는 도다해에게 작별을 고했고 13년 전 과거로 돌아갔다. 복귀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위해 불길 속 도다해를 살린 뒤 세상에서 사라졌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도다해는 아들 복누리(윤지오)가 과거에서 물체를 가져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복귀주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복누리는 복귀주를 과거로부터 데려왔고 도다해와 복귀주는 재회하게 됐다.


'히어로' 아닌 '히어로들'

작품 속 복씨 가족들은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저주라고 여기고 살았다. 타임슬립 능력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복귀주를 비롯해 불면증에 걸린 예지몽 능력자 복만흠(고두심), 또 비행 능력자를 갖고 있지만 몸이 무거워서 날지 못하는 복동희(수현)까지 모두가 초능력으로 불행해졌다고 여긴 것이다.

불면증, 폭식증 등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능력을 잃어버린 초능력 가족들이 한 여자를 만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메시지를 찾는 내용이 주 골자였다. 주현탁 감독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두고 "지구의 멸망을 막진 않지만 곁에 있는 소중한 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들은 거창한 히어로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제목이나 주인공들이 초능력자이기 때문에 장르물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겠으나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잔잔한 파동을 선사하면서 적지 않은 여운을 남겼다.

서정적인 결의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 것은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이다. 먼저 천우희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공개 시기에 맞물렸으나 이질감이나 기시감 없는 연기를 펼쳤다. 두 작품 속 캐릭터가 정반대의 텐션과 에너지를 갖고 있고 이를 잘 살려낸 천우희의 고심이 엿보였다. 또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장기용의 새로운 도전은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다. 그간 로맨스 코미디에서 주로 활약했던 장기용은 이번 작품에서 애틋하면서도 먹먹한 슬픔에 잠긴 캐릭터, 특히 부성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묵직하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인물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정재형이 가창곡 작업과 스코어 음원의 작곡, 편곡에 참여하며 극의 연출에 힘을 더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2년 만에 드라마 OST에 참여한 이소라의 '바라 봄'은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리스너까지 사로잡는 중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1회 3.2%로 시작해 4.8%로 종영했다.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진 못했으나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지난 5일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에서 4위를 차지했다. 앞서 4주 연속 순위권에 들었으며 화제성 또한 높다. 최근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자극적 그림이나 선정적인 소재가 없어도 이야기의 완성도에 호응하는 시청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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