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우승 바라는 하상윤 감독의 지론, “후회하지 말자”

이재범 2024. 6. 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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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감독을 맡았으니 스스로 후회하지 말자는 그 한 가지를 가지고 하는데 어렵다.”

용인 삼성생명은 2015~2016시즌부터 9시즌 동안 팀을 이끈 임근배 감독과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이별하고 하상윤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하상윤 감독은 1999~2000시즌부터 부산 기아와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서 2010~2011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광신중학교 코치로 역임했다. 2022년부터 임근배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에 삼성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하상윤 감독은 모비스 선수 시절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에는 통합우승을 맛봤다. 광신중 코치를 맡았을 때는 기본기를 강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권장하는 코치로 주목받았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0일부터 2024~2025시즌을 대비한 팀 훈련을 시작했다. 하상윤 감독을 만나 이번 시즌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하상윤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감독을 맡은 뒤 팀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을 해보지 않았지만, 생각할 게 많아서 되게 어렵다. 제 입장에서는 코치할 때와 많이 다르다. 이미선 코치, 김명훈 코치, 이주한 선생님(인스트럭터) 등 이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감독이라고 모두 다 할 수가 없더라. (감독의 자리를) 모르니까 다 해보려고 하는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거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 내가 할 걸 좀 정확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냥 집에 있을 때부터 다르다. 감독님들께서 모든 걸 다 하시는데 ‘밥 먹으면서 이거 어떻게 해야지?’, ‘일어나면 이거 어떻게 해야지?’ 생각한다. 좋게 여긴다. 처음에 다 잘 할 수 없다. 대신 감독을 맡았으니 스스로 후회하지 말자는 그 한 가지를 가지고 하는데 어렵다.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중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오래 한 게 도움이 되나?
맞다. 그게 너무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그 때는 선수들도 제가 다 훈련시키고, 매니저 역할도 하고, 학부모 상담도 했다. 또 학생들이라서 교복 입은 것부터 학교 올라가는 것까지 다 확인을 해야 했다.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여기(삼성생명 코치)로 왔다. 그 때는 막 튀는 학생들이었는데 지금은 성인 선수들이다. 성인이어도 학생 때가 있었을 거다. 제 제자들을 보면 그게(학창 시절 모습이) 성인 시절로 그대로 가더라. 학교에서 10년 정도 (코치 생활을) 했던 게 선수들을 보는 시선, 이 선수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이 선수는 어떤 게 좀 부족한지 대상이 (학생에서) 성인으로 바뀌었을 뿐 다를 건 별로 없어서 도움을 받는다.
학교에 있을 때는 이 선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했는데 여기서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 선수들을 활용해야 한다. 성장을 시키려면 1번(포인트가드)도, 2번(슈팅가드)도 맡기면 되는데 여기서는 자신들의 포지션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차이 말고는 다른 큰 차이는 많지 않다. 운동 외적인 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학교에 있던 선수들이 나이만 먹고 바뀌지 않는구나 싶어서 이 부분은 편하다.

학교 있을 때와 달리 긴 시즌을 치러야 해서 오프 시즌 훈련부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우리 팀은 배혜윤, 김단비, 김아름 빼놓고는 다들 어린 축에 속한다.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일찍부터 경기를 뛰니까 (프로 경력이) 오래 된 줄 알았는데 이해란도 이제 3년 차밖에 안 됐다. 우리가 멀리 보며 누구를 핵심 선수로 갈 건지 생각하면 지금은 해윤이지만 그 다음은 키아나(스미스)가 맞고, 해란이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성적을 내는 가운데 예를 들면 해란이를 이번 시즌 어떻게 쓸 거냐 고민한다. 저에게는 그런 게 있는 거 같다. 학교에 있을 때 누구를 막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미래를 위해 기둥이 될 선수를 만들면서 팀도 좀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해줘야 한다. 키아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서 큰 걱정을 안 한다. 본인도 농구를 좋아한다. 이주연 등 다른 선수들도 워낙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란이가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멀리 봤을 때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성장시킬지 요즘 생각을 많이 한다.
혜윤이가 나이가 있는데 혜윤이만 바라보다가 은퇴할 시점이 왔을 때는 이를 대신할 선수를 만들 수 없다. 당장 활용만 고려하면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제 성격상 능력 있는 좋은 선수를 키우고 싶다. 항상 얘기하는 게 있다. ‘너 대표팀 가면 벤치에 앉아 있을 거냐? 넌 수비만 더 하거나 이런 게 좋아지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란이에게 주문한 것도 있다. 감독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직접 가르치고 싶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또 본인(이해란)이 그런 걸 좋아한다. 시키면 잘 따라온다.

이해란 선수만 너무 많이 언급된다.
저는 이런 거다. 기본 선수들은 자기 몫을 한다. 그런데 저 선수(이해란)가 2년 안에는 팀의 기둥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솔직히 기량이나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 선수들은 걱정을 안 한다. 우리가 조금 더 앞으로 나가고, 조금 더 경기력이 좋아지려면, 예를 들어서 혜윤이에게 치중되어 있는 걸 조금이라도 분산시키려면 저 친구가 그 역할을 조금 더 해주면 되기 때문에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거다. 특별하게 신경을 쓰는 건 없다. 나름대로 훈련이 끝나면 미팅은 아니더라도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면 강유림에게 ‘우리 팀의 슈터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라’고 한다. 이런 것도 나름대로 노하우다.

추구하는 팀 색깔
경기력이 조금이라도 기복이 없게 하려면 수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 구성상 수비를 굉장히 강하게 하는 친구들이 사실은 없긴 하다. 그렇지만, 주연이를 필두로 필요에 따라서는 조수아를 넣기도 할 거다. 상황에 따라 다를 거다. 대신 기본적인 건 본인들 능력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비를 해주면 된다. 왜냐하면 선수마다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난 뒤 빠른 속공이 나와야 한다. 트랜지션으로 빠르게 나가서 상대(수비)가 정리되기 전에 공격을 하려고 한다. 그 안에서 핵심은 주연이도 잘 해주고 있는데 해란이가 빠르니까 넘어갈 때 2번이나 어떤 때는 1번 역할까지 맡는 걸 감안하고 있다.

코치와 감독, 가장 큰 차이는?
일단 결정을 모두 다 제가 해야 한다. 코치일 때는 임근배 감독님께서 (큰 틀을) 짜놓으시면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 고민했다. 지금은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제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일단 기본 그림을 짜야 한다. 근데 그 그림을 짜기가 힘들다. 윤예빈, 수아, 단비 등 어떻게 맞춰서 갈까, 우리가 어떤 농구를 할 때 어떤 선수가 들어가야 더 좋을까 생각하는 게 다르다. (코치일 때는) 기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에서 복사하듯이 첨가를 하는 건데 지금은 제가 그 그림을 다 그려야 하는 게 달라졌다. 그러니까 머리가 좀 아프긴 하다. 근데 당연한 거다(웃음).

이번 시즌은 6개 구단 모두 우승 기회라고 한다.
당연히 우승하면 좋다. 감독이니까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하는데 제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생각하는 게 있을 거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기 와서 선수들과 같이 컵대회와 퓨쳐서리그도 치르면서 느꼈던 거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때 조금 더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것만 아니면 된다.
선수 이동이 워낙 많아서 우리에게도 (우승할) 좋은 기회인 건 맞다. 그걸 하라고 저를 뽑아 주신 것 같다. 우승에 도전을 하되 후회하지 않게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선수들과 관계를 잘 맞춰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승을 한다? 우승해야 하지만, 그게 제 뜻대로 되면 좋겠다(웃음).

우승을 위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내용은?
우리 경기력이 들쑥날쑥하지 않다면 좋은 기회에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들쑥날쑥한 게 너무 많으면 중요한 경기에서 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임근배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신 궂은일이 중요하다. 리바운드 하나, 박스아웃 하나, 수비를 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고참들, 혜윤이,단비, 아름이까지 이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을 잘 끌고 가고, 본인들(의 플레이)이 안 됐을 때 동생들이 그걸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해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그건 또 당연히 나나 이 코치, 김 코치 등 스태프들이 또 도와줘야 한다. 저도 모비스에서 우승을 몇 번 했을 때 실력만 가지고는 우승을 못 한다는 걸 느꼈다. 코트 밖에서 일해주는 트레이너나 사무국 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운동적인 거는 제가 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부분이 안 되면 좋은 팀이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못 내는 걸 봤다. 그게 된다면 좋은 일이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른 뒤 삼성생명 하상윤 감독 하면 어떻게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나?
미래의 일이다. 선수들이 그 분 정말 노력했고,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감독인데도 솔선수범하고, 뭔가 해보려고 하고, 팀을 위해서 참 열심히 했던 분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저는 될 것 같다. 우승하는 감독을 원하는 건 당연히 기본으로 깔려 있는 거다.
그런 게 있다. 선수 덕분에 우승 했어. 이런 게 아니라 선수 덕을 봤다고 해도 그 분은 참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열정적으로 노력을 했구나.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다. 그게 잘 맞아떨어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선수들이 좋아서 우승해도 선수들이 그 감독님은 참 열심히, 열정적으로 하셨다고 기억해주면 좋다.

#사진_ 점프볼 DB,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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