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럽의회 선거 오르반총리의 피데스당 압승.. 신당 약진
푸틴 지지 오르반, 유럽연합에선 독불장군.. 지지도 하락 보여
[부다페스트=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여당이 9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부분의 표를 가져갔지만 예전 만큼 압도적인 표차는 내지 못해 장기집권한 오르반의 정치적 장악 능력이 도전 받고 있다.
개표가 85% 진행된 상황에서 오르반 총리의 집권 피데스당은 44%의 득표로 유럽연합 의회의 헝가리 의석 21개 가운데 11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피데스 당이 최고 득표를 하기는 했지만 이는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52%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비율이다. 오르반 총리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국민투표와도 같은 이번 선거에서 이 차이는 의석 2개가 줄어든 것과 같은 손실이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9일의 당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여당의 승리를 선언했다.
"오늘 우리는 낡은 야당, 새로운 야당에 모두 승리했다. 야당의 이름과 호칭이 앞으로 무엇으로 변하든 간에,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줄 것이다"라고 그는 자축했다.
헝가리 선거의 초기 계산 결과 유권자의 57%가 이 번 투표에 참여해서 헝가리의 유럽의회 선거 역사상 투표율의 신기록을 세웠다.
피데스 당이 헝가리 정치에서 제 1당을 차지한 것은 2010년 부터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피데스 당이 나라를 통치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최근 피데스당 정치인들이 관련된 여러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기독교 보수주의와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피데스당의 권위는 여지 없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 해 2월에 오르반의 여당에 도전하는 페테르 마자르의 신당 '존경과 자유' (TISZA)당이 창당되었고, 불과 몇달이 지난 뒤 제 1 야당으로 이번 선거에서 무려 30%의 표를 얻어 유럽의회에 7명의 의석을 갖게 되었다.
마자르는 선거 후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부근에서 엄청난 지지 군중들 앞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 한 시대가 끝났다. 오늘은 헝가리의 미래가 시작된 첫 날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헝가리에서는 아무도 두려움 없이 자기 당을 지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은 우리가 100명, 1000명이 아니라 수백 만명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자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다음 번 국내 선거인 2026년 선거에서 오르반 총리를 꺾고 대권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43세의 변호사 출신인 그는 오르반 정부의 만연한 부정부패를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피데스당이 그 동안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불신조장, 변화를 원하는 헝가리인들에 대한 탄압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마자르는 선거 전날에는 부다페스트에서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해서 수 십만 명의 군중이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자르의 신당이 헝가리 국내 정치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데뷔한데 반해, 유럽 전체의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 이민 정책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유럽의 정세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무역 블럭인 유럽연합의 의사결정이 원할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헝가리에서도 극우 정당인 '우리 조국당'이 9일 선거에서 6%를 득표해 최초로 브뤼셀의 유럽의회에 대표를 파견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연합 국가 중 푸틴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오르반 총리는 이번 선거로 유럽 전체의 우크라이나 지원반대 세력이 늘어나 유럽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7월부터 유럽연합의 회원국 순환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5차례나 총리직을 연임한 오르반은 이번 선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린 유럽의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9일 선거가 끝난 뒤 오르반은 "유럽선거 결과를 요약해서 브뤼셀에 전보를 보낸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이민 중지, 성소수자 중지, 전쟁 중지, 소로스 중지, 브뤼셀 중지'이다"
그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러시아와 갈등하면서 이들 "전쟁 찬성파"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자기와 같은 "평화 찬성파"와 입장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유럽에서는 오히려 별난 존재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의 신당 지지자 줄라 네메트(71)같은 시민은 AP기자에게 "오르반 정권이 2010년부터 집권하면서 무능했을 뿐 아니라 나라를 완전히 극단적으로 양분해 놓았다"고 비난했다.
"가뜩이나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헝가리가 지금은 완전히 격리된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태로는 계속할 수 없다. 우리는 결정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하며, 유럽과도 통합하고 헝가리 국민들끼리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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