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억 적자 뒤집은 에이블리, 넷플릭스보다 두꺼운 '이것'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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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범한 회사가 되려고 한다." 이 문장으로 시작한 넷플릭스의 조직문화 소개서가 2009년 실리콘밸리를 강타했다. 회사 비전에 공감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자율성과 보상을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운영 방침이 담긴 자료다.
당시는 기업 내부 문화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던 시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 같은 의지를 공식 자료로 표시한 후 뛰어난 인재가 몰리는 효과가 두드러지자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넷플릭스처럼 '컬처덱(Culture Deck)'을 만드는 흐름이 들불처럼 번졌다.
컬처덱은 기업의 비전과 미션, 운영 방향, 업무 방식 등 조직문화의 요소를 세세하게 정리한 문서다. 조직 내 혼란 또는 조율할 상황이 생겼을 때 팀원들이 바른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는 140장, 테슬라는 3장 반으로 제작하는 등 기업별로 컬처덱의 분량도 각양각색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컬처덱'을 만들기 위해선 구성원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목표와 공통적인 행동 패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컬처덱의 명칭은 '플레이북(Playbook) 2.0'이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공통 지침과 전략을 가진 스포츠팀처럼 스타트업 역시 각자의 포지션 속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스포츠팀과 같다는 의미에서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1년이면 밤낮을 모르고 울기만 하던 아기가 걷고 말을 시작하는 엄청난 시간이다. 이 긴 시간 동안의 플레이북 제작 과정을 보면 방망이를 깎는 노인과 같은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전했다.
플레이북에는 △비전 △일하는 방식 △기회와 보상 △조직구조·문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의례적인 내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직의 정체성과 목표를 정의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 이유와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플레이북 작업을 함께 한 브랜딩 전문기업 애프터모멘트의 박창선 대표는 "본래 있던 1.0 버전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고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더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거의 '종이로 만든 에이블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을 내부에선 '에이블리 웨이(ABLY WAY)'라고 부른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많은 장인이 작품을 만들 때 타협하지 않듯 에이블리에서는 조직문화에 타협이 없다. 각각의 구성원들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몰입을 요구한다"고 했다.
에이블리가 지난 5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833만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제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5월 에이블리 사용자 수는 833만2965명으로 역대 월 최고 기록을 경신해 전문몰 중 1위를 차지했다. 종합·전문몰 통합 순위에서는 쿠팡(3111만6133명)에 이은 2위다.
에이블리는 단순히 규모 측면의 성장만 아니라 실적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3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744억원에 달하던 손실을 뒤집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초개인화 AI 추천 기술이 탑라인(매출 및 거래액) 성장을 견인했다.
강석훈 대표는 플레이북에서 에이블리언(구성원)에 대한 적극적인 인적 투자를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만 판매하는 기존 커머스를 넘어 이용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이용자 간 소통 환경을 갖춘 차세대 '스타일 포털'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딩 전문가 박창선 대표는 "패션 커머스는 소비자 특성상 전국 통일 커머스가 등장하기 어렵다"며 "에이블리가 넥스트 커머스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확장뿐만 아니라 파워 있는 브랜드를 육성하고 디자이너를 키워내는 전방위적인 성장모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업을 전개하고 외부 인원과 함께 할 일도 많을 것"이라며 "조직문화는 하나의 성벽과 같다. 수많은 외부 교류와 자극에도 굳건히 조직을 지켜야 한다. 플레이북의 두께와 무게만큼 이 책자가 에이블리의 도약에 가장 단단한 디딤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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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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