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길 끊기고 먼지만 가득 ‘담양저지방한우사업’ 빨간불

2024. 6.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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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군비 등 예산 19억 투입됐지만 좌초 위기
담양군, 방만운영, 사후관리 부실 등 비난 여론
참여사업단에 현직 군의원 7개월 활동 논란도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된 담양애한우종합지원센터는 제대로 관리가 안된 모습이었다. 2층 홍보전시장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홍보영상과 카페 등도 무용지물 상태였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 주말인 지난 9일. 도비와 군비 등 예산 수십억이 투입된 담양애한우종합지원센터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 이곳은 저지방한우농가를 육성해 지역경제와 관광을 살리자는 취지로 최형식 전 담양군수가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밀어 부친 사업이다.

전국적인 관광지로 유명세를 탄 죽녹원과는 도보로 5분여 거리지만 휴일임에도 주차장은 텅빈 상태다. 2층 홍보관은 손으로 만질 정도로 바닥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수억원이 투입된 홍보영상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모니터도 방치된 모습이다. 휴게공간과 카페를 만들려던 2층 공간도 불이 꺼진 채 개점휴업 상태였다.

축산농가들은 최근 사료값 인상과 한우값 하락으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전담 담양군 용면의 한 축산농가의 모습/서인주 기자

대나무, 추월산, 죽녹원, 떡갈비.

연간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담양은 맛과 멋, 미의 고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담양군은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9억원을 들여 담양저지방한우 브랜드 육성 및 융복합 사업에 나섰다. 저지방한우를 키워 축산농가 소득을 올리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도비 9억5000만원과 군비 5억7000만원, 자부담 3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니 담양 저지방한우 생산기술과 육질개선, 생산기판 종합지원센터 구축, 가공식품, 비선호 부위 활용, 스토리텔링, 판매활성화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담양애 건강한우’는 저지방한우 생산을 위한 미경산우(송아지를 생산한 경험이 없는 암소) TMR(자가 배합 섬유질배합사료) 사양관리 프로그램 적용으로 24개월령 암소를 조기 출하해 생산된다.

담양 저지방한우 브랜드 육성 사업은 근내지방도(마블링) 향상을 위한 곡물 위주로 사육되는 일반 한우와 달리 기름이 적고 부드러운 한우 생산을 목표로 개발 됐다.

지난해 12월 담양군 죽녹원 인근 담양애한우종합지원센터 개관식에는 이병노 담양군수를 비롯해 축산관련 종사자 등이 참석했다. 서인주 기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하지만 사업은 좌초 위기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가진 시골 기초자치단체가 제대로된 사업분석과 미래예측 없이 사업에 나서면서 좌초 위기에 빠진것이다.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업초기 40여 곳의 실증 참여 농가들은 기대감을 가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30곳의 농가들이 자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뺐다. 탈퇴 러시가 이어진 것이다. 9곳의 축산농가가 남아 지난 2019년 별도법인 D사를 세웠다. D사가 운영, 관리하는 곳이 바로 담양애한우종합지원센터다.

이때문에 수십억원 보조금 지원 사업을 소수의 농가가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곳의 한달 평균 한우판매량은 도축우 기준 2마리 수준이다.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적자상태가 이어지면서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기간이 종료되면서 담양군의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비와 군비도 허공에 사라질 처지다. 경쟁력 부족으로 사업참여 농가의 자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천덕꾸러기가 된 셈이다.

예산 대부분도 품질개발, 홍보마케팅 등 용역을 맡은 외주기관과 업체로 돌아갔다. 한우시식행사에만 수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실질적으로 축산농가가 느끼는 혜택은 없었다는게 현지 분위기다. 이과정에서 담양축협과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담양농업기술센터 담당자들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생산, 시설, 가공, 판매 등 부실한 사업운영과 관리부실로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이다.

도비와 군비 등 1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담양한우저지방브랜드 사업은 첫 단추부터 엇갈렸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담양군은 관리감독 부실과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진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의 한우종합체험관. 서인주 기자

담양군 현역군의원 A씨가 사업단에 참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우 1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A씨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군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출마 전 담양저지방한우 브랜드 사업단에 참여했는데 당선 후에도 반년 이상 교육참여와 지원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양군 행정에 유무형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현역 군의원이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한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공직자 이해관계충돌 문제가 불거지자 A의원은 뒤늦게 사업단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북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B씨는 “군의원 신분에 이해관계가 얽히는 한우 보조금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농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말들이 나돌았다.”면서 “요즘 사료값은 오르고 한우값은 떨어지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으니 분통이 터진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A의원은 “오랜기간 축산업을 해왔는데 군의원이 되기전 지인의 소개로 사업단에 참여했고 당선 후에도 사업단에 일정기간 참여한 사실은 있다” 며 “하지만 보조금 등 어떠한 예산지원이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고 아무런 조건없이 조합원에서 바로 탈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담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담양애한우종합지원센터의 경영이 어려운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현장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헤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상] 담양한우 축산농가/서인주 기자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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