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계절’에 보는 최고의 은하수 사진들

곽노필 기자 2024. 6. 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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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뉴질랜드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서 본 은하수. Tom Rae/capture the at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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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은하수는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우주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천문 현상 가운데 하나다. 동양에선 견우와 직녀를 잇는 오작교 전설을 낳았고 그리스 신화에선 하늘에 뿌려진 여신의 젖이 만든 하늘길로 묘사됐는가 하면, 아랍 신화에선 천사가 아이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희생양을 데리고 가던 도중에 빠져버린 양 털 이야기의 무대였다.

은하수는 연중 거의 내내 볼 수 있지만 사진을 찍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은하수가 하늘 높이 떠 있는 5~6월로 알려져 있다. 인공조명이 시야를 가리고 있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고 빛공해가 없는 곳으로 가야만 관측이 가능하다.

은하수를 감상하기에 좋은 계절을 맞아 여행사진 블로그 ‘캡처 디 아틀라스’(Capture the Atlas, https://capturetheatlas.com/)가 ‘2024년 올해의 은하수 사진’을 선정해 발표했다. 7번째를 맞은 올해의 은하수 사진 컬렉션에는 칠레, 요르단, 뉴질랜드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출품된 5천여 편의 작품 중 25편이 선정됐다.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은 사진의 품질이지만, 선정 과정에서 촬영에 얽힌 이야기와 다른 사진작가에게 촬영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한다. 선정된 작품 중 일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진은 뉴질랜드의 겨울밤에 본 은하수 ‘번개 호수’다.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산인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서 촬영했다. 작가는 “빙하 계곡을 따라 여행하던 중 만난 호수에서 이 광경과 마주쳤다”며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수직으로 길게 뻗은 은하수가 하늘에서부터 청록색 빙하 호수에 번개처럼 내리꽂히는 듯하다.

칠레 아타카마사막 고원에서 본 은하수. Lorenzo Ranieri/capture the atlas

삭막한 사막 위의 화려한 별빛 강

두 번째 사진은 칠레 아타카마사막 고원에서 촬영한 은하수 ‘사자 굴’이다. 퓨마(산사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촬영했다.

작가는 “오후 내내 구도를 찾아 헤매던 중 불에 탄 풀에 둘러싸인 바위 덩어리들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작은 동물 뼈와 큰 동물 발자국이 곳곳에 있는 이 지역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다소 긴장됐지만 자연 풍경 위로 솟아 있는 아치 모양의 은하수는 정말 매혹적인 장면을 연출해 줬다”고 말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본 은하수. Yuri Beletsky/capture the atlas

다음 세 번째 사진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촬영한 은하수 ‘별빛 아래 푸른 석호’다.

은하 중심이 하늘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고, 오른쪽에는 은은한 황도광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황도광이란 황도, 즉 천구상에서 해가 지나는 길에 있는 우주 먼지가 햇빛을 산란하는 현상을 말한다. 황도광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 지평선 위에 희미한 삼각형 또는 고깔모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담는 것뿐이었다”며 “나를 둘러싼 세상과 그 너머의 우주가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도르도뉴에서 본 은하수. Julien Looten/capture the atlas

네 번째 사진은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역에서 본 겨울밤의 은하수 ‘불꽃놀이’다.

작가는 “겨울 은하수를 촬영하기 위해 중세 시대의 성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때마침 여러 가지 색의 구름처럼 펼쳐져 있는 대기광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광이란 지구 대기의 원자와 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에너지원으로 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총 1시간에 가까운 노출 시간을 들여 찍은 180도 파노라마 사진이다. 왼쪽에서부터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 화성, 플레이아데스자리, 캘리포니아성운, 카시오페이아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이중성단, 안드로메다은하 순서다.

뉴질랜드 남섬의 남알프스에서 본 은하수. Rachel Roberts/capture the atlas

수만 년 전 조상들이 봤을 그 모습 그대로

다섯 번째 사진은 뉴질랜드 남섬의 남알프스에서 본 은하수 ‘블러프산장’이다.

작가는 “이 산장은 헬리콥터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애초 이곳에 올 계획은 없었다”며 “그러나 예정했던 다른 산장이 악천후로 인해 갈 수 없게 되자 헬기 조종사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데려간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알프스에서 본 은하수. Matej Mlakar/capture the atlas

여섯 번째 사진은 슬로베니아 알프스산맥에서 본 은하수 ‘브르시치 고개 위의 아치’다.

브르시치 고개는 슬로베니아 북서부의 율리안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높고 아름다운 고갯길이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인 프레드네 로비체(해발 1941m)에서 촬영했다. 작가는 “평소 눈 덮인 봉우리 위에서 마지막 겨울 은하수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르시치 고개를 향해 운전하던 중 막판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중동 예멘에서 본 은하수. Rositsa Dimitrova/capture the atlas

일곱 번째 사진은 예멘의 밤하늘에서 본 은하수 ‘꽃피는 보틀트리’다.

아프리카 뿔 근처 홍해와 인도양의 해상교통로에 있는 예멘의 섬 소코트라에서 촬영했다. 작가는 “소코트라는 밤하늘의 어두운 정도를 표시하는 ‘보틀 등급’(Bortle scale)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이라며 “외계처럼 보이는 전경에 숨을 멎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코트라의 보틀트리는 2월과 3월에 단 몇 주 동안만 꽃을 피운다.

오스트레일리아 고고학 유적지에서 본 은하수. John Rutter/capture the atlas

여덟 번째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의 멍고국립공원에서 본 은하수 ‘멍고의 드림타임’이다.

마치 화성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풍경은 수만 년 전 인류의 화석이 발견된 마른 호수 멍고다. 작가는 “외딴곳에 위치한 덕분에 ‘보틀 1등급’의 어두움 속에서 수만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오스트레일리아 최초의 원주민이 본 것과 똑같은 하늘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르단의 붉은 사막에서 본 은하수. Mihail Minkov/capture the atlas

광활한 우주에서 겸손을 배운다

아홉 번째 사진은 요르단의 붉은 와디럼사막에서 본 은하수 ‘삶의 허무’다.

우주의 광활함과 그 안에 있는 미미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주는 사진이다. 사진 중앙의 장엄한 은하수 배경과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우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강조한다. 작가는 “밤하늘을 촬영하러 갈 때마다 내 존재에 대한 겸손과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본 은하수. Francesco Dall’Olmo/capture the atlas

열 번째 사진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서 본 은하수 ‘환영의 인사’다.

작가가 남아메리카 최남단 지역인 파타고니아를 처음 방문해 찍은 사진이다. 작가는 추위와 비, 바람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거의 3일 동안 이례적으로 맑은 하늘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오전 7시께 석호에 도착해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레인보우밸리 보호구역에서 본 은하수. Baillie Farley/capture the atlas

열한 번째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레인보우밸리보호구역에서 본 은하수 ‘무지개 계곡’이다.

이곳은 사암이 만든 갖가지 기암절벽으로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 장소다. 화려한 사암 구조 위로 은하수가 우아하게 펼쳐져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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