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직장 생활의 진정한 승자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6.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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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선배의 모습

첫 직장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다. 술 문화가 없는 회사였던 탓도 있고, 함께 일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술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7시 출근 4시 퇴근하는 문화에서 이들은 귀가하여 제 2 인생을 위한 준비를 했다. 자격증 공부를 하여 노무사가 된 선배도 있고, 사회 봉사활동을 시작하여 회사 퇴직 후 봉사의 길을 걷는 이도 있다. 4시 퇴근 이전에는 대학원에 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4시 퇴근하고 대학원을 다녀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아직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기도 있다. 직장 생활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된 조그만 사건이 바로 74제였다.

두번째 직장은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있는 퇴근 후 유난히 술을 많이 마셨다. 술잔을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2차 이상 반드시 갔으며, 처음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끝까지 함께 해야만 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함께 한 직원들과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타 팀 또는 타 직원과 저녁을 함께 하고 술을 마시면서 관계가 좋았다. 술을 마시면서 영원한 우정을 이야기한 동료와 선후배가 많았다. 세월이 지나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선후배와 동료는 10여명이다.

세번째 직장은 매우 보수적인 곳이었다. 함께 조직장으로 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전부 퇴직한 상태이다. 근무 당시 같은 본부에서 일한 조직장들은 어울려 함께 저녁과 술을 마셨다. 나이가 되면 퇴직하는 문화였기에 자신의 퇴근 년도와 월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 명씩 퇴직할 때마다 송별회를 한다. 퇴직하는 선배들에게 무엇을 할 것이냐 묻는 것은 결례이지만,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용기를 낸다. 대부분 귀촌하거나 특별한 일 없이 쉰다고 한다. 새로운 직장을 정해 일을 계속하는 선배는 없었다. 퇴직한 선배 중에 1년에 한두번 연락은 하지만, 대부분 송별회가 마지막으로 연락 한번 하지 않게 된다. 보고 싶은 선배와 잊혀진 선배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퇴직을 하게 되었다. 이 회사와 관련하여 2개의 모임이 있다. 하나는 탁구 동우회 모임이며, 다른 하나는 원장 모임이다. 이렇게 모임으로 구성된 사람과는 인연을 지속한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후배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생각나 전화를 하면 반가움과 불편함이 병존하는 듯하다. 직장 생활하면서 생각나는 상사와 선배는 누구일까?

누가 직장생활을 잘했는가?

직장 생활을 하며 4가지 유형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큰 욕심 없이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과거에는 동기와 비슷하게 또는 1~2년 늦게 승진을 했지만, 주변과 어울리며 큰 대과 없이 직장생활을 한다.

둘째 유형은 승진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중요 직무와 부서를 옮겨 다니며 상사와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리더십도 있어 속한 조직과 직원들을 많이 챙기며 따르게 하는 스타일이다.

셋째 유형은 함께 유난히 자격증 취득, 재산 증식 등을 한다. 물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준비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내의 어울림보다는 이기에 무척 강하다.

넷째 유형은 내성적이고 활동이 그렇게 많지 않아 함께 근무한 것은 알지만, 개인적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매사 소극적이며 자존감이 매우 떨어져 있다. 나서는 경우가 없기에 상사나 선배가 일을 지시해야만 한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는 사람들을 분석해 본다.

만남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임이다. 부서, 직무, 동기 등의 이유로 모임이 만들어져 회칙, 회장과 총무가 있으면 만나게 되고 오래 간다.

직장생활 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이 있어도 오래 간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막아준 상사, 결정적 순간에 도움을 준 상사와 선후배의 경우이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동아리, 차 한잔, 회사 행사에서의 인연 등으로 가볍게 만났지만, 마음이 통해 오래 지속되는 상황이다.

상사의 뛰어난 조직, 일, 사람 관리에 감동을 받아 멘토로 모시면서 그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과 역량을 뛰어넘는 상사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한 마디의 조언이 어두운 길에 등불이 되어준 상사는 잊기 어렵다.

가만 생각한다. 직장생활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직장을 떠난 다음 잊지 않고 동기나 후배가 찾아와 소주 한 잔 하는 사람 아닐까? 퇴직 후, 누군가 시간을 내어 찾아오거나, 연락을 취해 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 직장인은 몇 명이 될까? 자신을 돌아보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현직이나 퇴직 후 기 퇴직한 상사와 선배를 몇 번 찾아가고 연락했는가?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얼마나 잘해줬는데, 자신의 경조사에 연락을 취했건만, 전화 한 통 없는 후배를 원망하는 말을 들었다면 그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직장생활 하며 모은 돈으로 평생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다며 자신은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한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 퇴직 후, 보고 싶고 소주 한 잔 하자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직장 생활의 진정한 승자 아닌가 생각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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