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2년 後 … 반지하에선 '위험'이 빠지지 않았다 [추적+]
침수방지시설 설치 완료
하지만 파손된 곳도 있어
설치 후 관리 쉽지 않아
반지하 주택 없애겠단 약속
임대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
임대료 더 오른 곳도 적지 않아
# 2022년 여름 쏟아진 비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크게 느꼈다. 무서운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반지하 몰아내기'에 나섰다.
# 정책 시행 2년 후, 물을 막는 차수판 설치는 늘었지만 틀만 남아있는 곳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적 폐지 대상'에 오른 반지하가 누군가에겐 여전히 '고수익'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시 여름 문턱이다. 커다란 태풍이 상륙하지 않을 것으로 예보된 올해는 집중호우의 영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2년 전 하루 밤새 내린 집중호우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위험을 알아챈 정부는 반지하 침수 예방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반지하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냈던 걸까. 2023년 여름은 그 이전 해만큼 침수 피해가 크지 않았다. 다만, 전적으로 '침수 대비 덕분'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2023년 여름 강우량(953.6㎜)은 전년(1210.9㎜) 대비 21.3% 줄었다. 가장 많이 비가 왔던 날의 위력도 약했다. 2023년 서울의 일일 최고 강수량은 91.6㎜, 2022년엔 176.2㎜였다. 비 자체가 적게 왔다는 거다.
올해 기상청이 예상하는 강우량은 '평년 수준'이다. 6월 강우량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은 50.0%. 7ㆍ8월은 각각 평년과 비슷하거나(40.0%) 웃돌 확률(40.0%)이 높았다. 다만, 예상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2022년 여름 강수량 예상치는 평년보다 적은 편이었다. 2022년 6월 예상 강우량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40.0%) 웃돌 확률(40.0%)이 같았다. 7월에는 밑돌거나(40.0%) 비슷할 확률(40.0%)이 같았다. 8월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0%였다. 종합하면 강수량이 평년치를 밑돌 확률이 40.0%에 달했는데도 그해 여름 큰비가 내렸다는 얘기다. 이는 올해 여름도 예상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단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년 전 서울시가 말했던 반지하 침수 방지 대책은 얼마나 이뤄져 있을까. 당시 서울시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을 '반지하 바우처'란 정책을 통해 지상주택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빈 반지하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매입해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2년 집중호우 때 피해 주택이 가장 많았던 관악구와 동작구는 달라졌을까.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침수흔적도(2022년 기준)와 연립ㆍ다세대 주택의 실거래 자료(2023년 5월 25일~2024년 5월 24일)를 나란히 놓고 통계를 분석해 봤다. 층수를 '-1'로 표기해 서류상 지하로 집계한 전월세 계약 중 2022년 침수 흔적이 있었던 주택 혹은 침수됐던 길과 인접한 주택을 따로 골라냈다. 바로 옆 주택이 침수된 경우도 포함했다.
이 기간 관악구의 '-1'층의 연립ㆍ다세대 주택의 전월세 계약은 305건, 동작구는 196건이었다. 그중 침수 주택과 겹치거나 침수 길, 주택과 접해 있는 전월세 계약은 동작구 16건, 관악구 16건으로 총 32건이었다. 주택 수로는 26호였다.
그럼 이들 반지하 주택은 '침수 방지'가 얼마만큼 돼 있을까. 관악구 반지하 주택 12호의 창문엔 모두 차수판이 설치돼 있었다. 인근에 있는 다른 반지하 주택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차수판을 달고 있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씩 차수판이 있는 수준이었던 1년 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동작구의 경우, 14호 주택 대다수에 차수판이 없었다. 동작구 사당동 일대의 지대가 차수판(40㎝)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다만, 행정안전부의 침수흔적도에 따르면, 사당동 중 일부 지역은 2등급(표 참조)이었다. 2022년 여름 집중호우 당시 50~100㎝의 침수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40㎝보다 높은 곳에 창문이 있는 반지하 주택이더라도 침수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또다른 위험요인도 있었다. 동작구 반지하 중엔 차수판의 틀만 남아 있는 곳이 없지 않았다. 차수판을 설치하긴 했지만 집중호우를 막아내는 '판'은 없는 셈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작구청 관계자는 "반지하에서 이사하는 경우 (짐을 빼기 위해) 차수판을 부수는 경우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일단 설치하고 나면 주택소유주에게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매번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반지하 주택에 우편을 보내거나 홍보물을 통해 차수판 설치를 시도했어요. 응답이 없는 경우나 공실로 인해 사람이 없는 경우엔 차수판을 설치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침수대책의 함정이 차수판 관리에만 있는 건 아니다. 2년 전 서울시가 반지하 주민을 위해 '반지하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을 때 일부 전문가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했다.
실제로 관악구와 동작구의 반지하 주택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2023년 5월 25일~2024년 5월 24일에 체결된 동작구의 연립ㆍ다세대 '-1'층의 갱신 계약 23건 중 14건(60.9%)의 임대료는 이전보다 상승했고 8건(34.8%)은 같았다.
임대료가 떨어진 경우는 1건(4.3%)이었다. 관악구도 44건의 반지하 주택 갱신 계약 중 가격이 오른 건수는 16건(36.4%), 유지한 경우는 22건(50.0%), 하락은 6건(13.6%)이었다.
서울시가 반지하의 '주거'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반지하의 임대료는 오름세를 띠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침수 피해를 겪든 말든, 서울시가 반지하 폐지책을 쓰든 말든 어떤 집주인들에겐 여전히 고정소득을 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거다. 반지하 침수 대책에 매번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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