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의 그때 그 말씀… 지금 들으니 더 큰 울림
법정 스님 ‘진짜 나를 찾아라’
1970~2000년대 강연 모음집
출간 즉시 에세이 부문 1위에
선행·일·고독에 대한 가르침
향봉 스님 ‘사랑하며 용서하며’
1979년 출간… 33년만의 복간
70대 스님이 20대때 쓴 글들
방황·자유… 공감백배 이야기
“선행이란(…)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 뿐이다.”(법정 스님, ‘진짜 나를 찾아라’) “괴테나 쇼펜하우어 등 한때는 자살 예찬론을 펴던 이들도 자신들은 늙어 죽도록 인생의 고뇌와 기쁨을 만끽하고 떠났다. (…) 마늘 한 쪽이라도 악착스레 입안에 털어 넣고 찬물을 마시더라도 오래 살고 볼 일이다.”(향봉 스님, ‘사랑하며 용서하며’)
다시 들어도 좋다. 아니, 더욱 좋다. 오래 묵어 더 깊어진 ‘그 말씀’이 돌아왔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치며, 이른바 ‘스님 힐링 에세이’ 시장을 열었던 법정(1932∼2010) 스님과 향봉 스님이 서점가에서 다시 화제다. 법정 스님 입적 14년 만에 출간된 미공개 강연록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출간 즉시 시·에세이 분야 1위를 찍었고, 60만 부 넘게 팔리며 사랑받은 향봉 스님의 ‘사랑하며 용서하며’(불광출판사)는 33년 만의 복간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담백한 스님의 ‘말맛’이 ‘나’를 깨우다… ‘진짜 나를 찾아라’= 1994년 법정 스님이 설립한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30주년을 기념해 나온 책은 197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스님이 부산, 춘천,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펼친 대중 강연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익히 알려진 법정 스님의 ‘글맛’만큼, 담백한 ‘말맛’까지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선행과 소유, 일, 인간, 그리고 고독 등에 대한 스님의 가르침이 20∼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한 울림을 준다는 평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점차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스님은 ‘참다운 삶’을 위해 ‘성찰’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우선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볼 수 있어야 하며, 그 후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기 위해 고독 또한 필수적이라고 책은 말한다. 스님은 “사람은 저마다 특성과 재능을 지니고 있다”면서 “그걸 깨우려면 자신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응시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깊은 고독에 빠져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라면서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그 일에 열의를 가지고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 하면 ‘무소유’부터 떠오른다. 그것은 스님의 대표 수필집 제목이 ‘무소유’였던데다가, 그가 평생 청빈하게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간에도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오롯하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말씀이 죽비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스님에게도 천둥벌거숭이 시절이 있었으니… ‘사랑하며 용서하며’= 1979년 출간돼 60만 부 이상 팔린 향봉 스님의 대표작으로, 1991년 증보판 이후 33년 만에 복간됐다. 전북 익산 미륵산 사자암 주지인 스님은 일찍이 ‘은둔형 수행자’를 선언하고, 최근 몇 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을 펴내며 책 동네에 복귀했는데, 당시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회는 없다’고 단언해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솔직한 입담과 과감한 행보로 젊은층의 지지를 얻었고, 전작이자 대표작인 ‘사랑하며 용서하며’까지 소환됐다.
책은 대부분 스님이 아직 젊은 수행자였던 20대 후반에 쓴 글들이다. 어느덧 70대가 된 스님은 복간을 계기로 새로 쓴 서문에서 이 책은 “전전생(前前生)의 청년 향봉”이 쓴 것이라고, “향봉의 찌그러진 자화상”, 즉 “천둥벌거숭이로 부딪치며 방황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고백한다. “누가 뭐라든 사랑하며 살 일”이라고,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사랑하며 살 일이다”라고 당당하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스님의 말은 ‘젊음’ 그 자체다. 그는 인적없는 산사에서 약을 달이다가 “눈깔사탕이라도 사줄 딸년 하나 있었음 오죽 좋으랴”고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불법의 넓은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아직 어느 곳을 향할지 방황하고 있다”며 자유에 대한 열망과 번민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수행자가 아니라도, 불자가 아니라도 ‘젊음’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지나왔고, 또 지나고 있는 우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새로운 독자층을 위해 책은 30년 전 증보판의 절반 정도 두께로 출간됐다. 출판사 측은 “폭넓은 독자층 확보를 위해 ‘지금, 여기’에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만을 다시 추렸고, 분량을 줄여 가독성도 높였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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