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10년 뒤 역성장…"기초연구 지출 확대 등 '혁신' 필요"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확대 등 생산성 개선을 위한 혁신이 없다면 10년 후 한국 경제가 뒷걸음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에서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출생·고령화가 결정적인 이유지만, 이 외에도 경제의 전반적인 혁신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R&D 지출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GDP의 4.1%로 세계 2위에 이른다.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도 2020년 기준 국가별 비중 7.6%로 세계 4위 수준이다.
하지만 한은 분석 결과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까지 크게 낮아졌고,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 실적이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도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하락했다.
이처럼 성장세가 약해진 것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실적이 질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더 근본적인 이유로 한은은 ‘기초연구 지출 비중 축소’를 꼽았다.
응용연구는 혁신 실적의 양을 늘리는데 효과적이지만,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과 밀접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오히려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 성과 추구 성향, 혁신 비용 증가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중소기업의 혁신자금 조달난’이다.
국가·기업 패널 분석 등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M&A나 기업공개(IPO) 등의 투자회수 시장이 발달할수록 혁신 실적이 좋아지는데 한국의 경우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저조한 상태라는 의미다.
아울러 신생기업 진입이 감소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그 원인으로는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혁신 창업가의 부족 현상’이 꼽혔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미국 선행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라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를 여전히 대부분 1990년대 이전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은은 한국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개선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를 테면 ▲기초연구 강화 ▲벤처캐피탈 혁신자금 공급 기능 개선 ▲혁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 조성 등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구조모형을 이용해 정책 시나리오별 효과를 추산한 결과, 연구비 지원과 산학협력 확대 등으로 기초 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p) 높아질 수 있다"며 "자금공급 여건 개선과 신생기업 진입 확대로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돼도 성장률이 0.07%p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고 고수익·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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