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경쟁 뚫고 팀 쿡 만났다, 한국 대학생 개발자가 선보인 앱
글로벌 우수 대학생 작품 선정
‘손가락 터치만으로 연주’하는 앱 선보여
총 50개 우수작 중 한국 작품 2건
애플의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8시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 대학생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방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순간 얼어 붙었다가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애플이 2020년부터 진행해온 청년 개발자 경연 프로그램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SSC)’에서 올해 우수상을 받은 이들이다.
‘스위프트’는 애플의 개발언어의 이름이다. SSC는 스위프트 언어를 사용해 대학생이 자력으로 만든 앱 중 아이디어가 가장 기발하고 기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에는 전세계에서 지원한 수천건의 작품 중 총 350개 작품이 수상했고, 그 중 50개가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 중에서도 쿡 CEO에게 직접 시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작품은 14개에 불과하다.
◇韓 대학생 개발자, 우수상 수상
이날 애플 본사에서 쿡 CEO 앞에 서게된 14명 중에는 한국에서 온 이신원(22·한동대)씨도 포함됐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이씨는 쿡 CEO 앞에서 맥북을 열어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즐겁게 악보를 배울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며 손가락 동작만으로 ‘반짝 반짝 작은별’을 연주해보였다. 컴퓨터 화면 앞에 양손을 펼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손가락 끝을 인식하고, 엄지가 각 손가락과 접촉할때마다 도,레,미,파 등 음계가 연주되는 것이다. 쿡 CEO는 이씨의 연주를 흥미롭게 보다 활짝 웃으며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 씨는 “손가락을 집는 동작을 인식하는 애플의 코드를 변형시켜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며 “단순하게 악보를 보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눈과 손가락의 소근육을 활용하는 운동을 통해 노인이나 환자 등의 재활에도 사용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쿡 CEO는 “애플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게 쉬워질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이 학생의 제품이 특히 인상적”이라며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아이디어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동대 컴공과 4학년인 이씨는 시상식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팀 쿡을 만나니까 이제서야 수상한게 실감이 난다”며 “포항에 있는 대학에는 수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까지 붙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여한 이유로 “AI로 어중간한 엔지니어들은 모두 도태되는 시대가 됐는데, 컴공과 학생으로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며 “아이템 선정에만 한 달이 걸리는 바람에 1주일 동안 언니 결혼식장에서까지 코딩을 하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고등학생때까지 문과생이었던 이씨는 “컴공과에 진학 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실제로는 아예 코딩과 관련 없는 직종으로 취직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도전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 결과를 듣고 딸의 진로에 걱정이 많았던 가족들이 더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험을 통해 일단 개발자 분야, 특히 이번에 만들어본 앱 같은 비전 기술을 활용한 AR(증강현실) 분야로 더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젊은 인재를 생태계 안에 잡아두려는 애플
애플은 이씨를 포함한 50명의 우수상 수상자를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애플 본사에 초청해 다양한 개발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고있다. 이 씨는 “애플 앱 디자이너 두 명이 나와 수상작의 UI/UX(사용자 환경·경험)의 좋은점과 개선점을 집어주는 세션이 인상 깊었다”며 “실무적인 질문에 담당자가 나와서 답변을 해주니 배움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쿡 CEO 앞에서 시연 기회를 갖게된 앱으론 엘레나 갈루초(캐나다·22)씨가 개발한 노인 돌봄을 위한 인공지능(AI) 챗봇 ‘케어 캡슐’, 데즈몬드 블레어(미국·22)씨가 만든 가상 공간에서 산악 자전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실감나게 표현한 ‘MTBXTREAME’ 등이 있었다. 또 시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는 한국에서 온 장지아(25·한국외대)씨가 개발한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 앱도 포함됐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쿡 CEO가 직접 청년 개발자들을 만나는 ‘깜짝쇼’는 이들이 향후 애플 생태계 개발자로 성장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수한 인재를 애플 생태계 안에 붙잡아 두기 위한 장기적 전략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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