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현실 동떨어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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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초안에는 세 가지 기준서가 제시되었는데, 제1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사항', 제2호 '기후 관련 공시사항', 제101호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이 그것이다.
먼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시하지도 않은 제101호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을 끼워 넣은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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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초안에는 세 가지 기준서가 제시되었는데, 제1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사항’, 제2호 ‘기후 관련 공시사항’, 제101호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이 그것이다.
위원회는 공시기준 마련 시 고려 요소로 ‘정보 유용성’ ‘국제 정합성’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꼽았다. 문제는 일부 공시 요구사항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시하지도 않은 제101호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을 끼워 넣은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용’에 불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가족친화경영 관련 정보라든지 사업장 내 적합직무 유무와 별개로 장애인 근로자 수, 중증 및 여성 장애인 비율 등을 공시하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이다. 나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이유가 있는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정보들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를 공시한다고 세계적인 투자운용사들이 특별히 국내 기업에 더 투자하겠는가. ‘정보 유용성’과 ‘국제 정합성’에 맞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을 따라 Scope 3 공시까지 도입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Scope 3는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기업이 자사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측정하기 버거운데,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정확하게 공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협력업체에서 신뢰성 있는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업이 공급망의 범위를 알아서 정해 공시하라고 한다면 그 정보는 또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공시규칙을 확정할 때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Scope 3 배출량을 공시 사항에서 제외했다. 또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은 배출량 데이터의 부실 문제로 ‘기후보고서’ 발간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전 세계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지금의 배출량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자사 내에서 직접 발생하는 Scope 1 배출량 측정에 문제가 있다면, Scope 3 등 간접 배출량은 더 부정확하고 더 많은 오류가 나타날 것은 정한 이치다.
Scope 3 배출량을 취합·검증하려면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모니터링, 평가, 개선 등 전 과정 실사가 필수다. 그러나 중견·중소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의 실사를 ‘하도급법’ 등 현행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기업의 수용가능성’이 낮은 Scope 3 배출량 공시는 아예 유보하거나 중국처럼 기업의 선택에 맡기는 게 옳다.
아울러 기업에 의무만 부담시키면서 아무런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도 유감이다. 위원회는 스스로 제시한 ‘정보 유용성’ ‘국제 정합성’ ‘기업의 수용가능성’ 기준에 맞으면서도, 기업에 가급적 부담이 덜 가도록 인센티브 기반의 공시기준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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