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와 맞서온 간츠, 전시내각 탈퇴···“나라 분열되게 내버려 두지 말라”
“조기 총선 실시에 합의하라” 촉구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을 이끌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며 전시 각료 사임을 선언했다. 간츠 대표의 이탈은 초강경 정책을 고수해온 네타냐후 정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네타냐후는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상 정부를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나라가 분열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올가을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 실시에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전시 국민통합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연정 참여를 선언하고 전시 내각 각료로 일해왔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확대까지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6개 항의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이달 8일까지 수립하지 않으면 전시내각을 탈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당초 전날 연정 탈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4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하면서 일정을 하루 미뤘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8개월 넘게 억류된 인질들에 대해 “인질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간츠 대표는 전시내각 투표권을 가진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언급하면서 “장관은 용기 있고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이며 애국자”라며 “옳은 말을 하는 것뿐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집권 리쿠르당 소속이지만 지난달 15일 전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반기를 들고 있다.
간츠 대표와 같은 국가통합당 소속이자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투표권이 없는 옵서버로 참여해온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과 칠리 트로퍼 의원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직서를 냈다.
로이터는 “간츠 대표의 사임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해외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준 중도진영의 지지를 잃게 됐다”면서 “나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가자 점령을 요구해 온 극단적 민족주의 정당들의 후원에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의 전시 내각 이탈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에 걸쳐 실존이 걸린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베니,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고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승리하고 전쟁의 모든 목표, 특히 모든 인질의 석방과 하마스 제거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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