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무한 인간의 유한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 시인 2024. 6.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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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의 ‘내가 읽은 이 시를’
권혁모 시인의 ‘망원경’
우주에서 인간을 바라보니
작고 겸허할 수밖에 없는 존재

망원경

이승을 다 지우고 떠나는 날 언제일까
어기영차 불귀불귀 푸른 비가 내리면
망원경 뒷주머니에 숨겨 가면 안 될까

소백산 천문대에서 행성을 보았듯이
천상에서 비박하며 그리우면 어쩌지
감청색 지구라는 꽃밭 보름달로 뜨겠지

이제 '제임스 웹'이 우주 탄생을 찾는데
그까짓 살던 옛집 어딘들 못 찾으랴
첫눈이 수놓은 강변 자작나무 숲길도

곁에 있으면 좋겠네 먼저 떠나신 그대
망원경 꺼내 들고 내가 설명할 수 있다면
아득히 지상의 날을 함께 볼 수 있다면

「월간문학」, 2023년 1월호.

인간은 누구나 수명이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생명현상이 멎는다. 100년 이상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문 예다. 그런데 반짝반짝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별의 수명은 우리가 재기 어렵다. 크기도 재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NASA의 허블망원경이었다. 우주 관측이 가능한 고성능 망원경인 허블은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서 한동안 우주 관측 활동을 했다. 지금까지 주로 우주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 허블이었다.

그런데 허블이 이제는 낡고 늙어 새로운 망원경을 개발했다는데 바로 '제임스 웹'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2021년 12월 25일에 발사했다고 한다. 2022년 1~2월 목표했던 라그랑주 지점에 도착해 시험촬영을 시작했으며 2022년 7월 11~12일 첫 풀컬러 은하 성단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고 한다. 시인은 우주의 무한과 인간의 유한을 대비시킨다. 아마도 제임스 웹을 다룬 다음의 기사가 시심을 움직인 게 아닌가 한다.

[사진=월간문학 제공]

미국 텍사스 대학 샤르드하 조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84억~110억 광년 떨어진 초기 은하를 관측했다. 이 시기는 우주 나이의 20~40% 정도 되는 시기로 우리 은하 같은 대형 나선은하는 드물었고 원시적인 소형 은하들이 합체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던 때였다.
-서울신문, 2023년 1월 16일

우주도 역사가 있는 모양이다. 우주의 역사와 크기, 이를테면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 우리 인간이 좀 겸허해져야 하는데 오만하고 고집불통이다. 그래서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 테고. 시인이 말한, '먼저 떠나신 그대'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 시의 절창은 가운데 부분 "소백산 천문대에서 행성을 보았듯이/천상에서 비박하며 그리우면 어쩌지"이다. 천체망원경 덕에 우주의 역사와 넓이를 알아차린다고 한들 우리 인간은 짧게 살다 죽기 때문에 영생 혹은 영원을 꿈꾼다. 종교인이라면 영생을, 시인이라면 영원을 꿈꾼다. 그리고 3장 6구 4연의 시조 속에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시인이다.

이승하 시인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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