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vs중·러, "너 때문이야"…핵무기 둘러싸고 고조되는 전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6. 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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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중러 협조 안하면 우리도 핵무기 늘린다", 중국 "미국 발언 때문에 핵탄두 준비할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 공보국이 제공한 사진에 21일(현지시각) 러시아의 미공개 장소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 중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비전략(전술) 핵전력 준비 태세 강화를 위해 전술핵무기가 포함된 1단계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4.05.22.

미국이 연이어 중국과 북한, 러시아 간 핵무기 협력과 증강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도 반박에 나섰다. 북중러의 핵 전력 강화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안보정책에서 핵 역할의 비중을 먼저 줄여야 한다고 받아쳤다.

10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9일(이하 각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통해 "미국은 핵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옳은 정책을 펼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 및 집단 안보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고, 세계 평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미국 측의 북중러 핵 전력 확산 견제 발언에 곧바로 이어 나온 반응이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군비통제 및 군축,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 미국에서 열린 ACA(군비통제협회) 연례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이 핵 위협 감축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미국도 핵무기를 늘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디는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핵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핵무기 운용 지침을 최근 개정했다"며 "새 지침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타스 통신을 통해 중국의 격앙된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핵전쟁 위협 증대의 책임을 북중러로 돌리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발전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상과 공중, 해상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국의 주장은 국제사회에 매우 큰 혼란을 주며, 핵 군축 면에서도 비효율적인 메시지"라며 "미국의 주장은 일부 국가들로 하여금 당장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준비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세계가 직면한 핵전쟁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두고보지 않았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바디의 발언에 대해 8일 "미국이 핵무기를 늘린다면 러시아도 핵교리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누구와 어떤 대화도 중단한 적 없으며 오히려 미국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도 협상 거부를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은 예외적인 상황에만 가능하며, 그 경우가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핵무기 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방과 북중러 진영이 강하게 격돌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핵전쟁 발발 위협에 긴장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ACA 회의에서 "핵무기 사용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며 "인류의 생존이 칼날 위에 서 있으며, 핵보유국들은 핵 선제공격에 나서지 않겠다고 상호 합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매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수를 자체 조사하고 있는 나가사키(長崎)대학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가 5일 6월1일 현재 세계에 이미 배치됐거나 배치에 대비해 보관 중인 핵탄두가 총 9개국 9583기라는 최신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고 나가사키 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북한은 보유 핵탄두 수가 2018년 15기에서 2024년 50기로 35기(233%)나 급증,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24.06.05.

그러나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미국은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재차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의 핵무기 증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디 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핵 군비증강 결정을 내렸냐는 질문에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는 최근 6월 초 기준 전세계에 존재하는 핵탄두가 1만2120개(현역은 9583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역 핵탄두 기준 국가별로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로 4380개를, 미국이 3708개를 보유 중이다. 중국은 500개지만 2018년 이후 현역 핵탄두가 가장 많이(260개) 늘어난 나라다. 북한은 50개를 갖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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