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하원 전격 해산… 30일 조기 총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의회(하원)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중도 성향 ‘르네상스’가 참패하고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할 것이란 예측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의회 해산을 실제로 행사하기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마크롱은 이날 유럽의회 선거 출구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 드리려 한다”며 “이달 30일 1차 투표, 내달 7일 2차 투표를 알리는 법령에 곧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1위와 등록 유권자 중 12.5%가 넘는 득표를 한 2~4위 후보가 2차 투표에서 다시 맞붙도록 하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프랑스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득표율은 15%에 그쳐, 약 30%를 득표한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했다. RN의 득표율은 5년 전보다 약 10%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RN은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 그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집권 르네상스는 중도 성향 유럽 자유당 그룹(리뉴유럽)에 속해 있다. 유럽의회는 10일 ID가 종전 49석에서 11석 늘어난 6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리뉴유럽은 102석에서 20석 줄어든 82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마크롱은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진보에 반대해 온 극우 정당들이 대륙 전역에서 크게 성장했다”며 “국수주의자와 선동가의 부상은 프랑스와 유럽, 그리고 세계에 대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메시지와 걱정을 들었고, 오늘 결과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길 수는 없다”며 “주권자인 국민에게 발언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계 일각에서는 마크롱의 하원 해산을 놓고 “극우의 약진으로 높아진 중도 지지 유권자들의 우려를 이용해 프랑스 하원 내 교착 상태를 돌파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총 577석인 하원에서 여당 르네상스 등 여권은 최소 과반(289석)에 크게 못 미치는 249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금 개혁 등 주요 사회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EU와 완전히 결별한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도 지난달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달 4일 총선을 시행하기로 해 영국과 프랑스가 나흘 간격으로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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