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전통·기술 합작 ‘빈티지’로 명품 시계 반열에[류서영의 명품이야기]

2024. 6. 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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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영의 명품 이야기=몽블랑⑤

만년필로 명품의 반열에 오른 몽블랑은 1997년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되면서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반 클리프&아펠, 피아제, 까르띠에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그룹은 스위스 르클로 지역에 ‘몽블랑 몽트르 S.A’(몽트르는 프랑스어로 손목시계란 뜻)를 설립했다. 시계회사를 설립한 1997년 첫 해 ‘마이스터스틱 워치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후 몽블랑 몽트르 S.A는 수작업 무브먼트(시계가 작동하게 하는 내부장치)로 유명한 161년의 역사를 지닌 스위스 미네르바(Minerva)를 인수했다.

시계 명가 미네르바는 전통과 아름다운 기술을 모두 갖췄으며 특히 무브먼트에서 뛰어난 기계적 완성도를 자랑했다. 1930~40년대의 미네르바 밀리터리 시계는 몽블랑 시계 1858 컬렉션에 영감을 주었고 1950년대의 크로노그래프는 헤리티지 상품 라인에 영감을 주었다. 이렇게 미네르바와 몽블랑은 하나가 되어갔다. 

161년 전통 미네르바 인수, 시계 사업 시작


몽블랑 1858 컬렉션(사진①) 사진 출처:Montblanc. Com
1858 지오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사진③) 사진출처:Montblanc. Com


미네르바의 찬란한 시계 제작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1858 컬렉션(사진①)은 오늘날의 탐험가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각 타임 피스는 전통과 기술의 고유한 균형을 유지한다.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사진②) 시계는 몽블랑이 만드는 시계의 전략적 방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시계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시계의 가치는 아름다운 세공이다. 표면에 기요세(프랑스어로 기요세는 물결이란 뜻. 다이얼의 금속판을 기계를 사용해 일정하게 무늬를 낸 것) 처리를 하고, 핸즈(시곗바늘)를 얇은 풀잎 모양으로 깎고, 날짜와 요일과 달의 차고 이지러짐을 보여주는 기능까지 넣었다.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사진②) 사진출처: Montblanc. Com


이 상품은 몽블랑의 스테디셀러다. 1858 지오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사진③)은 빈티지 미네르바 시계를 재해석해 2018년에 새로 출시한 시계다. 브론즈 케이스와 올리브색 나토 스트랩을 조합한 것에서 몽블랑이 빈티지 시계 느낌을 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지구다. 12시 방향의 북반구 디스크와 6시 방향의 남반구 디스크가 24시간 동안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탐험’을 주제로 삼은 후 미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를 각각 충실히 구현한 셈이다. 

몽블랑 아이스드 씨 컬렉션(사진④) 사진 출처:Montblanc. Com
몽블랑 1858 언베일드 시크릿 미네르바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리미티드 에디션(사진⑤) 사진출처: Montblanc. Com


몽블랑 아이스드 씨 컬렉션(사진④)은 모험적인 다이빙 정신과 몽블랑 산지에서 가장 큰 빙하인 메르드 글라스(Mer de Glace)의 장엄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색조의 독특한 다이얼이 특징인데 이는 여러 가지 조명과 자연조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얼음의 색상을 반영한 것이다. 몽블랑 1858 언베일드 시크릿 미네르바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리미티드 에디션(사진⑤)에서는 반대로 세팅된 몽블랑의 MBM16.29 매뉴팩처 칼리버 전체 모습을 감상하며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마법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브먼트를 반대로 뒤집는 디자인은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핸즈의 방향도 반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기술적 위업으로 손꼽힌다. 18피스 한정으로 출시되고 있다. 
  
미네르바의 오랜 역사를 지렛대로 몽블랑은 새로운 시계의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몽블랑의 시계 라인업은 세 가지 기술적 단계로 나누어진다. 5000유로 이하의 제품에는 무브먼트 전문회사의 제품을 쓰고, 5000~3만5000유로 상품에는 몽블랑이 개발한 자체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3만5000유로 이상 제품에는 미네르바 무브먼트를 탑재했다고 한다. 다이얼에 몽블랑이라고 쓰인 시계에도 뒤를 보면 무브먼트에 미네르바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확·튼튼한 시계 만드는 기계식 브랜드

이는 미네르바를 보존시키고 그들의 이야기와도 소통하려는 몽블랑의 특별한 전략으로 보여진다. 미네르바는 고급 시계이기 전에 정확하고 튼튼한 시계를 만드는 기계식 브랜드였다. 고가 시계는 전통이 중요하고 전통을 재해석하려면 우선 재해석할 전통이 있어야 한다. 몽블랑은 미네르바의 모든 것을 굉장히 알뜰하게 재해석하여 사용하고 있다. 자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던 미네르바를 인수한 것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와 전통 사용 권한만이 아니다.

미네르바는 자체 기술을 가진 매뉴팩처였다. 이런 매뉴팩처를 가진다는 것은 축척된 기술과 특허를 모두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네르바를 인수했기 때문에 몽블랑은 진지한 시계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몽블랑은 미네르바 시절에 사용하던 예전 프레스 기계들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지금 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쓸 일이 있다고 한다. 미네르바 시절에 쓰던 부품의 틀 역시 프레스 기기 옆 한 구석에 보관해 두고 있다. 이 구형 설비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된 제품의 수리도 가능하고 그런 기능성이 모여 명품이 만들어진다.
 
몽블랑 시계 부문 매니징 디렉터인 다비데 세라토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2008년까지는 아주 디지털에 가깝게 살았어요. 디지털이 보급된 1990년대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1990년대부터 오토 캐드(Auto CAD) 같은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확산됐어요. 이런 디지털화가 제품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시계든 차든 빌딩이든 컴퓨터가 유기적인 모양을 만드는 겁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대표적인 예예요.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가 디지털의 흐름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빈티지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그게 빈티지 유행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티지가 디지털을 잠시 누르고 사람의 손길, 장인정신, 감성을 불러냈어요. 사람들은 금융위기 이후 시간을 초월한 것, 뭔가 검증된 것을 찾아요. 클래식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디지털은 수명이 짧아요. 휴대전화는 1년이 지나면 낡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오래가는 것을 원해요. 시계로 치면 50년은 찰 수 있는 것,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그게 지금 시계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고요. 몽블랑은 대륙별로 기호도 다릅니다. 아시아는 클래식한 시계가 인기지만 유럽, 멕시코, 남미, 미국은 스포츠 시계가 인기예요. 모든 대륙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멕시코 사람들은 44mm 정도의 큰 시계를 좋아해요. 아시아는 40mm 정도고요. 국가별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재미있지만 복잡한 일이에요.” 

몽블랑의 시계가 짧은 역사로 100년이 넘은 유수의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솜씨 좋은 장인 기업을 영입한 것과 최고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아닐까 한다.  

참고 자료: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  MONT BLANC 
몽블랑 홈페이지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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