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흥행은 신기루일뿐…팬 데이터 확보, K리그 정체성 수립, 글로벌 산업화 절실”
“현재 흥행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K리그 산업화, 글로벌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프로축구장 입장객 증가를 바라보는 축구계, 스포츠계 인사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들은 △K리그 가치 향상 △팬 데이터 확보 △K리그 정체성 확립 △K리그 산업화 및 타분야로 확장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희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 이종권 프로축구연맹 본부장, 강한 울산 HD 프로,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지난 5일 K리그가 산업적으로, 철학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현가능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현희 : K리그가 장기적, 미래지향적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관중은 늘었지만 입장권 가격, 중계권료 등 K리그 지식재산권(IP)이 제값을 받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IP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지금 흥행이 사라질 수도 있다.
-강한 : 흥행과 성적이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을 넘어선 가치와 모객을 위해 구단이 성적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어떤 가치를 더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
-이종권 : 2023년 유료관중 300만명을 처음 돌파했다. 흥행 요소는 다양하다. 흥행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K리그 구성원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고민해서 결과를 도출해야 흥행을 이어갈 수 있다.
-심찬구 : 외국 구단들은 바로 망할 수도 있는 위기감을 느낀다. 반면, K리그는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후원을 받는다. 10, 20년짜리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축구는 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도 넓다. 지역민에게 행복을 주고 연고지가 글로벌 도시로, 모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축구단이 도움이 된다면 기업, 지자체는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종권 :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일하려면 프런트 규모와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한 경기 관중을 모으는 데 급급해서는 큰일을 할 수 없다. 유럽 구단은 중계권, 매치데이 수입, 스폰서 수입이 균형을 이룬다. 우리도 효율적 지출, 수입 극대화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심찬구 : K리그 팬을 늘리려면 가장 중요한 게 팬 데이터다. 지금 K리그 구단은 티켓 판매를 대부분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리그가 선도하거나 구단이 집합적으로 나서 공동 플랫폼을 만들자. 25개 구단이 협력해 100만명 팬 데이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종권 : 통합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는 구단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티켓 대행사와의 계약 등 현실적인 선행 과제들이 있다.
-심찬구 : 희망하는 구단부터 만드는 게 어떨까. 통합플랫폼을 통해 혜택이 생기면 다른 구단들도 합류할 것이다. 통합플랫폼 구축은 정부와 협상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현희 : 팬 데이터 확보, K리그 전체 멤버십 운영, 심지어 프로 종목 통합 마케팅까지 필요하다고 본다. 수백 명 팬 데이터가 있으면 어느 누구와도 협상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
-강한 : 스포츠계 전체적으로 CRM 구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는 양날의 검이다. 정보, 데이터를 활용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미리 논의해야 한다.
-심찬구 : 일본은 우리보다 축구 산업이 국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K리그와 J리그 경기력 차이는 크지 않다. 국가 경제력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서 받는 대우는 우리가 일본에 크게 부족하다. K리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롱텀 전략 수립을 논의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종권 : 좋은 협력구조는 프로축구연맹이 구축해야 하는 일임을 인정한다. 그동안 연맹은 여러 자문 기구를 운영하면서 리그 발전을 꾀해왔다. 거시적 안목을 갖고 다양성을 가진 멤버들을 살펴보겠다.
-심찬구 : 산업 다양화를 위해서는 메시의 미국행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메시는 사우디보다 절반 연봉을 받으면서 미국으로 갔다. 연봉 이외 구단 지분, 용품사 후원, 미디어·용품 판매 수익 분배 등 7가지 옵션이 있었다. 모든 미국프로축구 직간접 관계자들이 메시를 잡으려고 합동 작전, 공동 투자를 벌이면서 동반 성장을 추구한 것이다.
-김현희 : 관중수, 중계권 액수를 넘어 다른 형태로 판을 키우는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적 유연성, 사업 다양성을 이뤄야한다. K리그가 경기 흥행업처럼 보이면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올 수 없다.
-심찬구 : K리그 글로벌 포지션도 수립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 리그를 추구한다. 중위권리그는 셀링 리그다. 유럽은 구단별로 포지션이 각각 다르다. 모두 자신들에게 맞는 생존전략이다. K리그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강한 :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당장 산적한 업무를, 눈앞 경기들을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K리그 흥행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논의를 해야 젊은 직원들이 희망을 갖고 축구 산업에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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