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대선 이겨도 계속할까…한동훈 “집유만 돼도 대통령 못해”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4. 6. 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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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1심 대북송금 유죄에
여권은 ‘윗선’ 이재명에 공세
한동훈 “형사재판 중단 안돼”
나경원·안철수도 “다음은 李”
임기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
법 해석놓고 논란 증폭될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여당이 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자격’을 문제삼고 나섰다.

이 대표가 이른바 ‘제3자 뇌물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이미 복수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는 여부다. 소추와 재판을 별개로 본다면 이 대표가 형사 피고인 신분으로 만약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은 이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만 받더라도 대통령직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다만 헌법학자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재임 중 형사 책임을 폭넓게 면제하는 헌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재판도 중단된다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에서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 직이 상실된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한 전 위원장은 “헌법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형사소추와 형사소송을 용어상 구분해서 쓰고 있으므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도 헌법 제84조를 거론하며 “거대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 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혐의로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연이틀 부각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불법 대북송금 과정을 당시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재판 쟁점이 아니라며 판단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 대표 역시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기존 재판을 포함해 총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쌍방울을 통해 북한 노동당측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 대표는 이화영으로부터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받았는지를 이실직고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 전 부지사 9년 6개월 선고가 뜻하는 바는 너무나도 분명하다”며 “그 다음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 바로 이 대표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제1차 서울시 공공돌봄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 =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이런 순간 침묵은 ‘금’이 아니라 ‘비겁’”이라며 “제가 서울시장으로 일하고 있어서 잘 알지만 이 정도 규모의 중대한 사안을 지사 몰래 부지사가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 대표를 엄호하며 맞섰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가 9년 6개월인데 저도 대북송금 특검에서 20년(검찰) 구형, 1심과 2심에서 12년을 선고, 그러나 대법원(3심)에서 파기환송으로 살았다”며 “대북송금 부분은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쟁점은 소추와 재판이 구분돼 이 대표가 만일 대통령이 되더라도 형사상 면제권을 적용받을 수 없는지 여부다. 이를 두고 헌법학자들 의견은 엇갈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라는 건 단순히 기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재판으로서 피고인을 응징하는 절차를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 주체는 검찰이고 재판 주체는 법원”이라며 “엄격하게 해석하면 양자를 구분하는 게 원칙”이라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소추는 명확하지만 재판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런 선례를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딱 잘라서 확정적인 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유력 후보가 여러 건의 형사 재판을 받는 사례를 우리 헌법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개념적 해석에 앞서 헌법 취지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 직무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재직 중 형사소추되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예외를 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재판이 중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도 “불소추 특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재판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기 이후에 재판이 재개된다는 점에는 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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